장기소액연체채권 정리, 사실상 모든 채무자로 확대

　정부가 추진하는 장기·소액 연체채권 정리 대상이 국민행복기금뿐 아니라 사실상 모든 장기·소액 연체채권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형평성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대부업 등 민간 금융회사뿐 아니라 신용회복위원회나 법원의 개인회생을 통해 채무를 상환하는 채무자도 장기·소액 연체자 지원 기준에 부합하면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이동훈 기자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0년 이상, 1000만원 이하 모든 장기·소액 연체채권 정리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채권 가운데 채무조정 약정을 맺지 않은 채무자 101만명 중 1000만원 이하 채무를 10년 이상 연체한 40만3000명만 채권정리 대상이었다. 1000만원 이하 빚을 10년 이상 연체하면서 추심의 고통을 감내한다는 것은 사실상 갚을 능력이 없다는 의미라고 보고 일괄정리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국민행복기금 외 다른 곳의 장기·소액 연체자나 채무조정 약정을 맺고 성실히 빚을 갚아온 채무자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금융위는 채권정리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미 금융공공기관과 민간이 보유한 장기·소액 연체채권으로 대상을 넓힌 데 이어 채무조정 계약을 하고 채무를 상환하는 국민행복기금의 약정자도 구제 대상에 포함키로 했다. 빚을 한 푼도 갚지 않은 채무자는 구제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빚을 갚아온 채무자에겐 아무런 혜택이 없는 것을 두고 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형평성 문제를 감안하면 채무조정을 받아 성실히 빚을 갚아온 채무자가 채권정리 대상으로 최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며 “채무를 상환하고 있더라도 상환능력심사를 거쳐 소득에 비해 채무상환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구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평균수입이 월 40만원 전후인 사람들에게 10년간 월 4만7000원을 갚게 하는 프로그램이 국민행복기금의 민낯”이란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형평성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장기·소액 연체기준에 맞는 채무자에게 동일하게 채권정리 기회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국민행복기금뿐 아니라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 법원의 개인회생 프로그램을 통해 채무를 상환하는 채무자까지 남은 빚을 변제해주기로 했다. 지난 6월말 현재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과 프리워크아웃으로 채무조정을 받은 채무자는 약 140만명에 달한다. 사실상 10년 이상 장기, 1000만원 이하 소액기준에 해당하는 모든 채권이 탕감 대상인 셈이다.

　금융위는 장기·소액 연체채무자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구제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신청자의 채무상환능력을 심사해 소득수준에 비해 채무상환 규모가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잔여채무를 완제한 것으로 간주, 채무상환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방식이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경우 국민행복기금이 해당 채권을 보유한 금융회사로부터 채권을 매입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도덕적해이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세청의 소득정보를 활용해 상환능력심사를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