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메모리 인수전 고배 KKR, 애플에 "편 바꿔라" 설득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 웨스턴디지털(WD) 진영으로 참여한 사모펀드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가 애플을 WD 진영으로 끌어 들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KKR은 SK하이닉스 진영에 속한 애플을 설득하고 있다. 도시바 이사회는 지난 20일 분사한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를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도시바메모리의 미국 제휴사 WD가 고배를 마신 것이다.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이끄는 한미일 연합엔 일본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참여했으며, 애플과 델 등 미국 기업들도 막판 합류했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탈에 자금을 대고 도시바 메모리 지분을 간접 보유하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한미일 연합은 지난 6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보다 4000억 엔(약 4조 원) 늘어난 2조4000억 엔(약 24조 원) 수준의 가격을 불러 인수 대상으로 결정됐다. 한미일 진영은 조만간 도시바와 최종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통신은 애플의 진영 갈아타기가 성사된다면 한미일 연합과 매각 거래가 어그러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애플은 도시바메모리의 주인이 바뀐 뒤에도 낸드플래시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싶어하는 데, KKR이 이 부분을 공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팟 등의 핵심 부품인 낸드플래시의 최대 소비 기업이다. 그리고 도시바메모리의 매매 거래 후에도 도시바메모리가 양산하는 낸드플래시를 최적의 거래량과 가격에 얻고 싶어한다. 이 점에서 아무래도 WD와 우호적인 관계를 갖는 게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갈아타기가 성사된다면 이는 WD에도 생명줄이 될 수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WD는 SK하이닉스 등 경쟁사가 속한 진영에서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는 데 반대해왔다. 이 같은 우려로 WD는 도시바메모리 매각 과정에서 소송을 제기했고, 이 결과 도시바와도 갈등이 야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