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강자' 삼성전자, 자율주행 부품 시장 '정조준'

삼성전자가 세계최초로 양산하는 '자동차용 eUFS' 메모리 반도체 제품/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자동차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정점에 다다른 상황에서 다가올 자율주행차 시대에 눈 돌려 본격적으로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초 차량용 eUFS 양산…내구성·신뢰성 높여 기술력 '입증'=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차세대 '자동차용 128GB(기가바이트) eUFS' 양산을 시작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제품은 스마트기기와 연결을 통해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수행하는 고사양 자동차의 차세대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및 인포테인먼트 등에 최적화됐다는 설명이다.

기존 차량용 내장 메모리 반도체로는 주로 eMMC(embedded Multi Media Card)가 쓰였는데 eUFS는 eMMC 대비 속도와 소비전력을 크게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자동차용 128GB eUFS는 내장 메모리 중 최고 수준의 성능으로 850MB/s의 연속 읽기 속도와 4만5000 IOPS(Input/Output Operations Per Second)의 임의 읽기 속도를 구현해 eMMC(embedded Multi Media Card) 5.0 제품 대비 속도가 각각 3.4배(연속읽기속도), 6.4배(임의 읽기속도) 빠르다.


고사양 스마트폰에 주로 쓰이던 eUFS가 차량용으로 양산된 것은 반도체의 내구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스마트폰보다 평균 수명이 훨씬 길고 안정성이 중요시되는 자동차에 쓰이는 만큼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128GB eUFS'는 저장 데이터 사용 수명을 대폭 늘린 '데이터 리프레시' 기능과 온도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 기능을 탑재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80,000원 ▼2,200 -2.68%)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팀장(전무)은 "업계 최초 자동차용 eUFS 공급으로 메이저 자동차 고객들이 차세대 시스템을 적기에 출시하는데 기여하게 됐다"며 "향후 용량과 성능뿐 아니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인 차세대 라인업으로 자동차용 메모리 시장 성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연평균 18% 성장하는 車 반도체 시장 '정조준'=삼성전자는 지난 1월 독일 완성차 업체 아우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처음으로 '엑시노스 프로세스'를 공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양산하는 eUFS가 데이터 저장장치에 주로 쓰인다면 엑시노스 프로세스는 정보처리장치로서의 역할을 한다. eUFS는 삼성전자 DS 부문 메모리 사업부가, 엑시노스는 DS 부문 시스템LSI 사업부가 각각 주관했다.

당시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프로세서는 다중 OS(운영체제)와 디스플레이를 지원, 차량 내부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를 최대 4개까지 동시 구동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빠른 연산속도와 그래픽 성능으로 압도적인 인포테인먼트를 선보일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점차 커가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Automotive IC) 시장 규모는 2015년 206억달러(USD)에서 지난해 229억달러로 커졌고 올해에는 28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2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8.0%에 달한다.

스마트폰 시장이 정점에 다다른 것으로 분석되면서 IT 기기에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로서는 또 다른 '킬러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향후에는 자동차가 유력 아이템으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7월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비야디)에 3000억원 상당의 지분 투자를 진행한 점이나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것 등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됐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자동차는 단순한 내연기관에서 벗어나 IT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전자 제품화되는 추세"라며 "삼성전자 내에서 반도체 부문은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확대하고 디스플레이는 차량용 OLED를 활용, CE(소비자가전)는 오디오 사업을 확장하는 등 삼성전자 각 사업부문간 전장부품사업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