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댓글부대' 원세훈 소환…檢 칼끝 'MB 靑' 향하나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여론 조작 의혹 등과 관련해 지난달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진=뉴스1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민간인들에게 수십억원대 국가 예산을 지원하며 댓글 등을 통한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소환했다. 검찰의 칼끝이 원 전 원장을 넘어 이명박정부 청와대로 향할지 관심이 쏠린다.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26일 오후 원 전 원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그는 이날 오후 1시53분쯤 남색 정장에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검찰청사에 들어갔다. 원 전 원장은 대체로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직원들을 동원해 제18대 대선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2013년 기소돼 지난달 30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 및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진행된 원 전 원장 조사와 관련,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의 구속영장 범죄사실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민 전 단장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원 전 원장 등과 함께 민간인 여론조작팀인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하면서 민간인들로 하여금 온라인상에서 불법 선거운동 및 정치관여 활동을 하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 대가로 국정원 예산 70억원 상당을 부당하게 지급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도 받는다.

검찰은 민 전 단장으로부터 정치관여 활동 및 국정원 예산 지급 관련 내용을 원 전 원장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으로 원 전 원장을 수차례 더 불러 이명박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연예계 인사들을 퇴출하려 한 혐의,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판하는 활동을 한 혐의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한번에 마칠 수 있는 조사가 아니다"라며 원 전 원장에 대한 추가 소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원 전 원장이 이명박정부 청와대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법조계는 청와대의 승인없이 국정원이 독단적으로 정치개입 활동을 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또는 민정수석 등 참모들에게 보고됐을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검찰 수사가 계속 진행될 경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정원 적폐청산 TF(태스크포스) 조사 결과, 국정원이 각종 진행 상황을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 등이 확인됐다는 점에서다. 검찰은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배우 문성근씨 등이 이 전 대통령 등을 고소한 사건도 조만간 본격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신승균 전 국정원 국익전략실장도 불러 조사했다.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 및 박 시장 제압문건 등이 주된 조사 대상이다. 검찰은 오는 27일에는 추명호 전 국장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전날 추 전 국장과 신 전 실장 자택을 압수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