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모든 자치구에 특수학교 설립… "랜드마크 만들겠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특수학교 현장방문에 나선 13일 서울 마포구 소재 국립 특수학교 한국우진학교에서 장애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특수학교 신설이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직면하자 김 부총리가 이날 특수학교 현장을 찾아 장애학생 교육여건 개선 의지를 밝히며 힘 실어주기에 나섰다. 2003년 3월6일 문을 연 한국우진학교는 중증지체장애학생 교육을 위한 국립특수학교로, 수영장 등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을 건립해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특수학교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2017.9.13/뉴스1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특수학교 설립에 난항을 겪고 있는 서울교육청이 특수학교가 없는 양천·용산구 등 관내 자치구 8곳에도 추가로 특수학교를 설립하기로 했다. 주민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영장·공연장 등 편익시설을 함께 건립하는 ‘랜드마크형 대규모 학교’ 모델이 추진된다.

서울교육청은 26일 ‘공립특수학교(급) 신설 지속적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현재 설립 추진 중인 3개교(강서·서초·중랑) 특수학교 신설 이외에 특수학교가 없는 자치구에도 특수학교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 9월 현재 특수학교가 없는 곳은 동대문·성동·용산·영등포·양천·금천·중랑·중구 등 8곳이다. 나머지 자치구에는 국·공·사립 특수학교 30개교가 설립돼있다.

이들 8개 자치구에는 전체 서울 장애학생 1만2804명 중 2837명(22.2%)이 거주 중이다. 이 중 다른 자치구에 있는 특수학교로 통학하는 학생은 732명(25.8%)에 불과하다. 8개구 내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다니는 학생은 1612명(56.8%), 일반학급 재학생은 461명(16.2%)다.

시 교육청은 그러나 2002년 종로구 서울경운학교 설립을 마지막으로 지난 15년 동안 초·중·고 과정의 특수학교를 신설하지 못했다.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한 지역 주민의 반대가 거셌던 탓이다. 이로 인해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많은 장애학생들이 특수학교에 다니지 못하거나, 특수학교에 다니기 위해 하루 2~3시간씩 원거리 통학을 하는 불편을 겪어왔다.


현재는 강서구에 ‘서진학교’, 서초구에 ‘나래학교’, 중랑구에 ‘동진학교’ 설립을 추진 중인데, 특히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 자리에 들어설 예정인 ‘서진학교’는 국립한방병원 유치를 주장하는 가양동 주민들의 반대로 두 차례에 걸친 주민설명회가 무산된 바 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누구나 장애학생 혹은 장애학생의 학부모가 될 수 있다”며 “서울의 장애 아동이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서 마음껏 원하는 교육을 받고, 학부모님들이 더 이상은 장애 아동을 키운다는 이유만으로 무릎을 꿇어야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대책 마련에 힘쓰겠다”며 이번 정책의 취지를 밝혔다. 이어 “이번 공진초 부지 특수학교 설립을 계기로 ‘특수학교가 들어온 지역에는 따뜻한 마을공동체 활동 공간이 생긴다’는 말이 생겨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교당 평균 설립 비용은 170억원 가량이다. 신재웅 시교육청 학교지원과장은 “현재 설립 진행 중인 서진학교, 나래학교 등에 들어가는 돈이 170억원 정도”라면서 “특수학교 설립 예산은 교육부에서 전액 교부하는데, 현재 특수학교 확대 기조에 있기때문에 예산을 받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교 부지 확보가 어려울 경우 미개설 학교용지 활용, 통폐합·이전학교의 용지 활용, 유관기관의 협조를 통한 국공유지 활용 등의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조 교육감은 “우선 교육청이 보유한 학교 부지를 최대한 활용해 특수학교의 설립을 추진하고, 부지 확보가 어려운 지역은 유관기관의 협조를 얻어 국·공유지를 활용하는 방안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지확보 후에는 해당 지역의 특성과 학교 수요를 고려해 수영장·공연장 등 주민편익시설을 함께 건립하는 ‘랜드마크형 대규모 학교’, 소규모지역의 부족한 특수학교 수요 충족을 위한 ‘지역밀착형 소규모 학교’ 등 다양한 유형의 특수학교를 설립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2018년 1월부터 12월까지 ‘서울형 특수학교 모델 개발을 위한 정책연구’를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특수학급 설치를 확대하기 위해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신재웅 과장은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일부 주민들의 반대가 있어 설립 예정지 인근 주민들과 간담회·설명회 등을 통해 지속적인 소통을 해 나갈 것”이라며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반영해 지역의 특수학교 설립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