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추석 차례도 금지…외로운 연휴 '국제시장' 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뉴스1

이번 추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구치소에서 처음 맞는 명절이다. 그는 매년 명절을 전후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묘소에 성묘를 다녀왔다. 탄핵소추로 직무정지 상태였던 지난 설날에도 양친의 묘소를 살폈다. 그러나 이번 추석 땐 차례조차 지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구치소는 추석 당일인 10월4일 재소자 합동차례를 연다. 이 행사엔 이미 형이 확정된 기결수만 참석할 수 있다. 아직 재판을 받고 있는 미결수들의 참석은 금지된다. 공범 관계에 있는 미결수들이 합동차례를 빌미로 서로 접촉할 우려가 있어서다. 박 전 대통령은 아직 1심 선고도 나지 않은 미결수다.


현재 서울구치소에는 박 전 대통령과 공범 관계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차은택씨(48), 이영선 전 경호관(38) 등이 수감돼 있다. 이들 역시 아직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차례가 허용되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의 추석 당일 일과는 다른 구치소 미결수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구치소 미결수들은 오전 6시30분에 일어나 교도관 점호를 받고 오전 7시 아침식사를 한다. 추석 당일 아침식사로는 모닝빵과 잼, 샐러드, 수프, 우유가 나온다.

평일 일정대로라면 오전 11시30분 점심식사 전까지 변호인을 접견하고 가족과 면회할 시간이 주어진다. 그러나 추석 당일엔 이런 시간이 없다. 교정당국에서 추석명절 접견일을 2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가족 또는 지인 접견만 가능하다. 이날 변호인 접견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유영하 변호사 등 변호인들은 만날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박지만 EG 회장과 박근령씨 등 형제·자매와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 같은 측근들이 있다. 실제 면회를 한다면 그 상대는 윤 전 행정관 등 측근들이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통령의 제부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가족들의 접견 신청을 거부하고 있다. 신 총재는 지난 4월 박 전 대통령의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와 구치소를 찾았으나 접견을 거절당했다. 신 총재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추석 당일 박 전 대통령의 점심은 닭곰탕과 미역줄기볶음, 무생채, 쌈장을 곁들인 채소다. 저녁식사 시간은 오후 5시다. 메뉴는 콩나물밥에 양념장, 미소된장국, 김, 열무김치다.

교정당국은 설날이나 성탄절 등 공휴일에 특식을 지급한다. 추석 당일엔 특식으로 송편이 나온다. 바로 전날인 개천절엔 옥수수가, 연휴 마지막 날인 한글날엔 맛밤이 특식으로 주어진다.

오후 6시부터는 교정본부가 정한 추석 특선영화 '국제시장'이 상영된다. 6·25 이후 현대까지 대한민국의 발전사와 애국심을 표현한 작품으로 2014년에 개봉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건전, 애국영화'로 꼽았던 작품이다.

국제시장은 박 전 대통령이 그해 청와대 회의를 주재하면서 거론했던 영화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은 주인공 부부가 부부싸움을 하다 애국가가 울리자 싸움을 멈추고 국민의례를 하는 장면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해야 나라라는 소중한 공동체가 건전하게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영화를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언론을 통해 해당 장면을 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석 연휴 직후 열리는 10일 재판은 박 전 대통령에게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재판부가 구속기간을 연장할지 여부가 이날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국정농단의 정점에 서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새로 발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미 심리가 끝난 사건 때문에 추가 영장이 필요한지 재판부가 판단해달라"며 반발했다. 재판부는 10일 재판에서 양측 의견진술을 듣고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기한은 10월16일 자정까지다. 만약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는다면 10월17일부터 당분간은 자유의 몸으로 재판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