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125억 달러 채권 발행…올 신흥국 최대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신흥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채권을 발행했다. 유가가 오르지 않아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차입을 늘린 것이다. 우호적인 발행 환경도 사우디를 채권시장으로 이끌었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는 125억 달러(약 14조3000억 원)의 달러표시 국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10월 175억 달러에 이어 사우디가 발행한 국채 중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발행 채권 종류는 5년만기물 30억 달러와 10년물 50억 달러, 30년물 45억 달러 등 총 125억 달러다. 수요는 400억 달러가 모였다.

발행 금리도 양호했다. 5년물의 발행금리는 미 국채 금리보다 110bp(1bp=0.01%포인트) 높았고, 10년물과 30년물의 스프레드(미 국채 금리와의 차)는 각각 145bp, 180bp를 나타냈다.

사우디가 대규모 국채를 발행한 건 유가 부진이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에 재정적자 감축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사우디는 2020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나 올해 GDP(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 추정치는 7.7%로 목표와 격차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의 최대 수익원인 원유 가격이 3년간 반등에 실패하자 차입을 늘리는 것이다. 사우디는 올 4월에도 90억 달러의 이슬람 채권을 발행했다.

우호적인 발행환경도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로 이어졌다. 투자적격등급 채권의 발행 금리는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인 데다 중동 등 신흥국 채권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사우디의 이번 채권 발행으로 중동 지역 국가들의 올 채권 발행액은 497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다. 지난해 전체 발행량 370억 달러도 크게 상회했다.

한편 사우디는 석유 의존도가 막대한 경제를 변화시키려는 구조개혁에도 착수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를 만들고 국유자산들을 매각하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내년 6월부터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등 개혁이 광범위하게 추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