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중소형주 주목하는데 애널리스트가 없다

하반기 중·소형주 시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투자 위험이 높은 중·소형주 특성상 종목별로 철저한 분석이 요구되지만 최근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애널리스트가 크게 줄면서 이를 정밀 분석할 투자분석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 등에 따르면 연초 이후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 누적 순매수 금액은 연초 이후 2조원을 웃돌았고 코스닥 지수는 5% 가까이 올랐다. 중·소형주 펀드로는 올 2·3분기에 1000억원 가까이 자금이 유입되며 덩치를 키웠다.


지난달 말 기준 중·소형주 펀드의 수익률은 연초 이후 7.76% 수준으로 대형주 펀드(14.28%)에 비해 부진했다. 하지만 '대신성장중소형주(주식)(A)' (27.32%), '하이중소형주플러스[자]1(주식)C5' (25.91%), '맥쿼리뉴그로쓰[자]1(주식)C-A' (21.99%), '유리스몰뷰티[자](주식)C/C' (18.97%) 등은 연초 이후 꾸준한 수익률을 보이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다만 투자자들의 관심에 비해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선 본격 중·소형주 시장을 맞을 준비가 덜 된 분위기다. 애널리스트 숫자가 급감한데다 숙련된 전문 인력들의 이탈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12월 말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금융투자분석사는 1367명이었지만 현재는1096명으로 약 300명 가까이 줄었다. 5년 전 101명의 애널리스트가 등록됐던 NH투자증권은 현재 81명으로 인원이 감소했다. 93명의 애널리스트를 보유했던 삼성증권은 79명으로, KB증권(구 KB투자증권 포함) 102명에서 61명으로 줄었다. 한국투자증권은 72명에서 59명으로 감원됐다.


애널리스트 수가 증가한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1곳으로 5년 전보다 3명(85명→88명) 늘었다.

전체 애널리스트 수가 줄면서 인력은 대부분 대형주에 집중됐다. 물론 거의 모든 리서치센터에서 스몰캡 분야를 다루고 있지만 이슈가 될만한 IT(정보기술)나 바이오·헬스케어 종목을 주로 분석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산업이나 기업을 소개하기 위해선 더 많이 돌아다녀야 할텐데 적은 인원수로는 감당하기가 힘들다"며 "새로운 기업을 발굴하는게 쉽지 않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 10개 정도 담아놓고 이를 주기적으로 분석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중·소형주의 경우 투자 대상이 방대하고 주가 등락 폭도 크기 때문에 투자 위험을 철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금투협에 등록된 1096명의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5년이 채 되지 않는 등 대부분 경력이 짧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중소형 종목의 경우 스팟이나 요약 형태로 작성된 리포트는 있지만 풀 페이퍼(본문이 있는 보고서) 식으로 분석한 리포트를 쓰는 애널리스트는 많지 않은 것 같다"며 "투자를 위해선 기업이나 산업의 단면만 보는게 아니라 그동안 쌓인 자료를 봐야 한다.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 수요는 늘어나는데 축적된 데이터를 가진 종목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