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서 뛰쳐나온 인공지능(AI)…도로 위를 달린다

“아리아, 음악 들으며 고향집 가자. 가을에 맞는 노래 틀어줘”
“헤이 카카오, 근처에 맛집으로 유명한 데 없을까?”

가정용 스피커에 머물던 인공지능(AI) 비서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차량 내비게이션에 이어 신규 출시 차량의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서비스에 속속 탑재되기 시작한 것. 거실이나 사무실이라는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AI 비서들의 영역이 자동차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에는 차량에 부착된 센서와 카메라로 모은 외부 환경변화 정보와 탑승자의 신체상태, 감정 데이터 등을 AI가 분석해 맞춤형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안의 수행비서’…모바일 내비에 접목된 AI 비서=차량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AI 플랫폼이 SK텔레콤의 모바일 내비게이션 ‘T맵X누구’다. 국민 내비로 불리는 T맵과 SK텔레콤의 자체 AI 플랫폼인 ‘누구’가 접목됐다. 운전 중 화면 터치 없이 음성만으로 대부분의 서비스가 구현된다.

AI가 접목된 T맵 화면 캡쳐 모습/사진제공=SKT

기존 자동차의 음성인식 시스템과 가장 큰 차이점은 음성명령의 ‘문맥’까지 읽어낸다는 것이다. 기존 자동차에 적용된 음성인식 시스템은 주로 특정 단어(키워드) 위주로 명령어를 인식하는 수준이나, ‘T맵X누구’는 다른 AI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문맥’을 인식하기 때문에 명령어 인식의 정확도가 높다.

또 명령어 패턴을 익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용하기 편리하다. 음성으로 목적지를 검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요 뉴스 브리핑, 날씨, 일정, 오늘의 운세 등 정보까지 들을 수 있다. 또 라디오 채널 조정이나 음악 선곡, 볼륨조절 등도 음성 명령만으로 할 수 있다.


‘T맵X누구’가 이용자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지난달 안드로이드폰 업데이트 이후 다운로드 수가 300만명을 돌파했다. 이달 중 아이폰 사용자들도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T맵×누구의 음성 명령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자의 약 75%가 이후에도 음성 명령 서비스를 재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서비스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다. 막히는 길도 많고 가야할 곳도 많은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사용량이 더 늘 것으로 관측된다.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핵심 인터페이스로=AI 비서가 아예 신차의 기본 시스템으로 탑재된 사례도 등장했다. 최근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G70’에 카카오의 AI 플랫폼 ‘카카오아이’의 음성 인식 기술이 장착됐다.

15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현대연구소 내 디자인센터에서 공개된 제네시스 G70 차량 내부. 사진=뉴스1.

운전자가 음성을 통해 요청한 정보를 카카오 관리 서버에 보낸 뒤 필요한 정보를 다시 전달하는 방식의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이 적용됐다. 음성인식을 통해 간단한 상호명, 주소, 주변 주유소 등 검색결과를 내비게이션 화면에 바로 안내해준다.

AI 플랫폼의 자동차 탑승 시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네이버는 자사의 최신 AI 기술이 접목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시스템 ‘네이버 IVI’를 카 쉐어링 업체인 그린카에 적용한다. 네이버는 향후 라인과 공동 개발한 차세대 AI 시스템 ‘클로바’를 연동, 집안 생활부터 차량 운전까지 연속적으로 음성 비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형태로 진화시킬 예정이다. KT도 이르면 내년 AI플랫폼을 접목해 하나의 디스플레이 기기에서 내비게이션과 콘텐츠, 결제, O2O(온오프인연계) 서비스, 차량 점검 등을 통합 제공하는 카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내놓는다.

아마존도 자사 AI 비서 ‘알렉사’를 내년 중반부터 BMW 차량 및 미니 제품에 탑재돼 미국과 유럽에 우선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차로의 진화 속도와 맞물려 AI 솔루션은 운전자와 자동차 교감을 높이는 핵심 컨트롤 허브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며 “결국은 자율주행차로 가기 위한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