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현재 물가 수준 낮아도 금리인상 검토 가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상승률이 중기 물가안정목표제인 2%를 다소 밑돌더라도 현재 1.25%인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시장 안팎에선 북한 리스크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져 올해에는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이 발언이 꺼져가던 연내 금리인상 불씨를 살릴지 관심이 쏠린다.

이 총재는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 한은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지금의 물가 수준에만 국한하지 않고 중기적(2~3년) 흐름을 보고 경기회복세가 지속된다면 완화정도의 조정(기준금리 인상)은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앞서 재닛 옐런 연준(Fed) 의장이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태에서 추가 금리인상을 하면서 "언젠가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발생하고, 레버리지가 확대돼 금융안정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어 인플레이션이 2%에 도달할 때 까지 현재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는 발언을 인용하면서, "이 말에 공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은은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했다"며 "비록 현재 물가 수준이 목표 범위를 벗어나더라도 중기 흐름이 목표 범위에 든다면 경기라던가 금융안정에 포커스를 두고 통화정책을 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경기 회복세에도 저물가가 지속되는 원인에 대해선 "구조적, 경기적 요인이 같이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노동생산성이 상당히 둔화됐고 주로 저임금의 기간제 근로자나 고령층을 중심으로 고용이 늘어 고용과 임금의 관계가 약화된 측면이 있다"며 "또한 온라인 거래 확대로 국내외 경쟁이 심화돼 소위 '아마존 효과'가 나타나 일반인들의 인플레이션 기대도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소비가 성장을 주도하는 상황이라면 물가의 파급효과가 클텐데, 우리나라는 수출과 설비투자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해 비교적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작고, 아직도 유휴생산능력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구조적 요인들은 단기간에 해결이 어렵다는 게 이 총재의 견해다.

이 총재는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된 현상에 대해선 "북한 리스크로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본격적으로 국내 채권을 매도하는 움직임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그는 "필요시 대응(시장안정화 조치)을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대내외 경제 환경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이슈라고 봤다.

그는 우선 북한 리스크와 관련해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게 사실이나 다행히 지표상으로는 실물경제에는 부정적 효과가 아직까지 파급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 북한 리스크가 고조된다면 경제 주체 심리도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금리인상 등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에 대해선 "경기 회복세를 반영한 것이나 여러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가 동시에 이뤄진다면 우리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을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가계부채 동향과 관련해선 "이미 분양된 아파트에 대한 집단대출도 이뤄지고 있고 신용대출이 그에 따라 늘어나 여전히 예년보다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정부 조만간 마련할 가계부채관리 종합대책 효과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겠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끝으로 "열흘 간의 추석 연휴 기간 중에도 북한 리스크에 대비해 해외사무소를 중심으로 국제금융시장 동향, 한국 경제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시각 등을 매일 점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