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MD 아시나요…"1시간 자고 불금·불토에 올인"

1일 새벽 서울 용산구의 한 유명 클럽 앞에서 사람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사진=이보라 기자

"여성 게스트 입장 되나요?"

추석 황금연휴가 시작된 1일 새벽 1시. 이 시간이면 어김없이 스마트폰에 불이 난다. 클럽에 입장하거나 테이블을 예약하기 위해 오는 수십 통의 메시지와 전화에 일일이 답한다. 입구에 도착한 손님을 클럽 안으로 안내하다 보면 어느새 날이 밝는다. 4년째 클럽 MD(Merchandiser, 상품 기획·판매직)로 일하는 임세현씨(28)의 주말 밤은 그렇게 지나간다.


◇스마트폰은 손에 꼭…수입, 역량 따라 천차만별

MD는 원래 패션, 유통업계 등에서 상품 기획부터 전시·판매까지 도맡는 직종을 말한다. 어느 새부터인가 이 용어가 클럽에 들어와 소비자의 클럽 입장과 테이블 예약을 돕는 영업직의 명칭이 됐다. 클럽 MD는 '클럽'이란 일종의 문화·유흥 상품을 다양한 소비자와 이어주는 접점인 셈이다.

클럽 규모에 따라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MD가 있다. 클럽에서 MD는 매출과 직결된 중요한 존재다.


이날 임씨는 유달리 바빴다. 연휴여서 평소보다 몇 배는 손님이 더 몰렸다. 임씨는 클럽이 운영되는 주말이면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받기 위해 1시간만 자고 일한다.

"항상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아요. 언제라도 손님을 만나러 가기 위해 클럽 안이나 주변에 있어요. 호출에 대비해 스쿠터를 타고 다니기도 합니다. 짬이 날 때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홍보 글·사진도 올려야 해서 쉴 틈이 없죠."

입장객은 크게 게스트와 테이블 예약 둘로 나뉜다. 대부분 MD를 통하는데 테이블 없이 클럽을 즐기는 게스트의 경우 여성은 거의 무료 입장이다. 남성은 붐비는 시간(밤12시~새벽3시)에는 인당 2만원가량 입장료를 내야 한다.

클럽 MD의 수입 면에서 게스트는 큰 도움이 안 된다. 테이블 예약 손님은 수십 만원에서 수백 만원까지 술을 주문하지만 게스트는 그렇지 않다.

통상 테이블 손님이 주문한 술값의 10% 정도가 MD에게 떨어진다. 게스트는 1인당 몇 천원 정도가 MD의 몫이다.

하지만 게스트도 꼭 필요하다. 3년 차 클럽 MD 장병훈씨(26)는 클럽 안이 사람으로 채워지는 것을 '바닥이 찬다'고 표현했다. 입장객 대다수를 차지하는 게스트가 많아야 테이블 손님도 흥이 나서 술을 더 시키는 등 돈을 쓴다고 MD들은 말한다.

클럽 MD의 수입은 천차만별이다. 입장객을 얼마나 끌어 모으는가에 좌우된다. 고객 관리 능력에 따라서 한 달에 고작 몇 만원도 못 버는 MD가 있는 반면 수백 만원 이상 버는 MD도 있다.

3년차 클럽 MD인 장병훈씨(26)가 클럽 안에서 일하는 모습./사진제공=장병훈씨

◇취객 상대·탁한 공기 힘들어…온갖 직종 사람과 친해지는 장점

클럽 MD는 클럽과 사람이 좋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장씨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돌아다니는 게 좋아 이 일에 뛰어들었다. 임씨는 클럽을 자주 찾다가 판매직을 했던 경험을 살려보자고 시작했다.

힘든 점은 취객 상대다. 장씨는 "취한 손님이 막말이나 반말, 욕하는 경우가 있다"며 "분을 못 이기는 MD들은 손님하고 싸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술을 잘 못하는데 손님이 주면 먹어야 하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클럽 내 매캐한 공기와 지나친 음악 소리 등 근무환경도 만만치 않다. 공기가 안 좋아 MD들은 대개 클럽 밖에 나와 있거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 코에 자극을 줄이기 위해 물휴지를 챙기기도 하고 옷도 금방 버릴 것을 입기도 한다. 담배 연기가 항상 배는 데다 술도 종종 묻기 때문이다.

청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호소도 나온다. 5년 차라는 한 MD는 "친구들과 함께 TV를 볼 때도 나만 잘 안 들려 음량을 더 키우곤 한다"고 말했다.

밤낮이 바뀐 생활 탓에 체력도 떨어진다. MD는 클럽 영업시간에 맞춰 보통 저녁 6시부터 새벽 5시까지 일한다.

MD에게 최고의 순간은 테이블 예약이다. 임씨는 "테이블이 하나도 안 잡히면 허탈하게 바에 앉아있는다"며 "손님을 기다릴 때는 지옥에 있는 것 같다가도 테이블이 잡히면 쾌감이 든다"고 말했다.

다양한 직종과 만날 수 있는 점도 MD 업무의 매력이다. 장씨는 "평소 사적으로 만나기 힘든 변호사나 의사 등과 만날 수 있는 게 좋다"며 "어딜 가서 이렇게 다양한 직종을 만나보겠는가. 운동 강사가 지인이 되면 운동도 싸게 배울 수 있고 의사 형이 생기면 병원을 가더라도 잘 해준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