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귀경 교차…"평생 처음 '고향-여행' 모두 간다"

4일 오전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이 지방행 버스에 오르기 전 짐을 싣는 중이다. /사진=김민중 기자

여유 있게 추석 당일 고향을 향하는 시민들과 이미 충분히 고향에서 시간을 보내고 일찌감치 귀경하는 행렬이 엇갈린다. 최장 10일에 달하는 긴 연휴 덕이다.

연휴 5일째이자 추석날인 4일 오전 8시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터미널에는 귀성길에 나선 인파로 붐볐다. 밝은 표정의 시민들은 이동식 가방이나 배낭, 선물 보따리와 함께 속속 버스에 올랐다.


대구로 간다는 회사원 김영수씨(35)는 "집에서 푹 쉬다가 여유롭게 고향으로 떠나 좋다"며 "앞으로도 이번처럼 명절 연휴가 넉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래 김씨는 전날 떠나려다 귀성행렬이 제일 집중된다는 보도를 보고 일정을 하루 늦췄다.

부산이 고향이라는 간호사 이정아씨(31·여)는 "친구들과 짧게 일본여행을 갔다 오느라 오늘 부모님을 찾아뵈러 간다"며 "20세 때 서울로 올라온 이후 여행도 가고 고향도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한 터미널 매표원은 "귀성 시점이 분산돼 연휴 첫날부터 오늘까지 전반적으로 심하게 혼잡스럽지는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면 연휴 초반 귀성했던 시민들 중 일부는 일찌감치 귀경길에 오르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남 영암군으로 귀성했던 자영업자 강영희씨(58·여)는 "차례를 지내자마자 바로 서울로 올라갈 예정"이라며 "남은 연휴에는 집에서 푹 쉬다가 가까운 곳으로 짧게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집을 떠나는 행렬은 추석 전날인 10월3일 오전, 돌아오는 행렬은 추석 당일 오후에 가장 집중될 것으로 예측된다.

귀성객과 귀향객이 엇갈리면서 이날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교통량은 총 586만대가량으로 연휴 기간 중 가장 많을 것이라고 한국도로공사는 예측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오늘 하행선은 오전 6시, 상행선은 오전 11시부터 교통정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서울요금소 출발 기준으로 부산까지 7시간20분, 광주까지 6시간20분, 대전까지 3시간20분, 강릉까지 4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 방향 예상시간은 부산에서 7시간30분, 광주에서 5시간30분, 대전에서 3시간, 강릉에서 3시간40분이다.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민중 기자

기차가 오가는 서울역도 버스터미널과 비슷한 상황이다. 포항행 KTX를 기다리던 회사원 김준용씨(41)는 "연휴 초반에 미뤄왔던 병원치료를 받고 이제 서야 부모님 댁으로 간다"고 말했다.

긴 연휴 속에 고향행 대신 해외여행을 선택하는 시민들도 많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연휴 기간(9월29일을 포함한 11일간) 약 195만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루 평균 공항 이용객이 17만7000명에 달한다는 의미로 지난해 추석 연휴보다 10%가량 늘어난 수치다.

한편 극심한 취업난 탓에 여행은커녕 고향도 갈 수 없는 수험생이나 취업준비생에게 귀성·귀경길은 다른 세상 이야기다. 서울 노량진에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라는 구예진씨(29·여)는 "연휴가 길든 짧든 상관없이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남들은 오랜만에 푹 쉬거나 부모님과 오붓하게 시간을 보낸다는데 울적한 마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