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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은 챙겼고, 최창원은 버렸다

[심층분석]지주사 전환 비교 - 현대중공업 vs SK케미칼 자사주 효과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입력 : 2017.10.11 08:30|조회 : 27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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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지주사 전환을 실행한 그룹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SK케미칼은 확실한 전략 차이를 노출했다. 전자는 자사주를 최대한 활용했고, 후자는 쉽게 쓸 수 있던 카드를 사실상 스스로 포기했다. 결국 오너가 마지막 선택을 했다고 보면 두 사람의 성향차와 미래에 대한 설계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대주주가 강해졌고 차후 승계에 대비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오너이지만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고 있다.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에 선출(무소속, 울산 동구)된 이후 정치에 뜻을 펼치느라 1991년 고문으로 물러난 이후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다.

하지만 7선 의원을 끝으로 서울시장(2014)과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2015)에서 연이어 낙마한 이후 일단 정계 활동을 접고 권토중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결정한 배경에선 차기 정치 행보 전에 가업을 정리해두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지난 2015년 11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 이동훈 기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지난 2015년 11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 이동훈 기자
정 이사장이 경영에서 멀어진 사이 한해 5조3432억원(2010년)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던 이 회사는 근래에 3조2494억원(2014년)의 손실을 내는 적자기업이 됐다. 벌이가 좋던 때 조단위 유보금으로 호기롭게 증권사(CJ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를 사들였지만 이제는 그를 헐값에 팔아야 하는 처지다.

정몽준 이사장은 자신이 선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죽마고우 CEO(최고의사결정권자)를 사실상 경질 조치(2014년)해 경영복귀설을 불러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 대신에 아들인 정기선 씨에게 2015년부터 상무 직책을 맡기는 대안을 택했다.

현대중공업의 지주사 전환은 30년 넘게 정 이사장의 비서 역할을 하며 복심이라 불리는 권오갑 부회장이 실행 중인 프로젝트다. 무너진 체계를 바로잡고 사업을 지주사(현대로보틱스) 등 4개 상장사와 2개 비상장 자회사로 나누는 작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이 과정에서 13.36%에 달하는 자사주를 최대한 활용해 지배구조를 정리하고 있다. 회사를 인적분할로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면, 잠자던 자사주 의결권이 부활하는데 이를 지배력 강화의 지렛대로 삼는 방식이다.

실제로 분할전 10.2%에 불과했던 정 이사장의 지배력(현대중공업 지분)은 분할 후 최근 유상증자 조치 등을 통해 25.8%(지주사 현대로보틱스 지분)로 강화됐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부문장(사진 좌측)과 알리 알하르비 바흐리 CEO(사진 우측)가 지난 2017년 5월 7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스마트십 사업 협력을 위한 MOU(양해각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제공=현대중공업
정기선 현대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부문장(사진 좌측)과 알리 알하르비 바흐리 CEO(사진 우측)가 지난 2017년 5월 7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스마트십 사업 협력을 위한 MOU(양해각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제공=현대중공업
정 이사장의 지주사 지배력은 앞으로 현대로보틱스 (463,000원 상승2000 0.4%)가 남은 자사주를 소각하면 30% 이상으로 증가한다.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순환출자 문제(현대미포조선의 현대중공업 7.98% 처분 필요)와 금융사 매각(하이투자증권), 증손회사 이슈(현대삼호중공업, 미포조선 합병 등)가 남았지만 중간 평가는 성공적이다.

최대주주는 자신의 지배력을 산술적으로 3배 이상으로 강화했다. 이는 현실로 이어진 3세 경영과 승계의 밑바탕이다. 이제 증여세 50%를 지분으로 현물대납한다 해도 과거보다 높은 지분율이 남는다. 여기에 강성 노조가 6개로 분리돼 구심점을 잃으면서 경영이나 대 노조 협상을 수월히 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도 / =KB증권 제공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도 / =KB증권 제공
◇맨손으로 그룹을 재구성한 최창원 부회장은 사회적 평가를 고심했다

SK그룹의 역사는 창업 시점부터 형제간 공동경영이 근간을 이룬다. 6·25 전후 폐허의 잿더미에서 직기 4대를 조립해 선경직물을 재건하고 그룹의 기틀을 일군 창업주는 고인이 된 담연(湛然) 최종건 창업주다. 그 토대를 바탕으로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지금의 SK그룹으로 도약시킨 이가 담연의 동생인 고 최종현 회장이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지난 2015년 11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 이동훈 기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지난 2015년 11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 이동훈 기자
1998년 최종현 회장이 유명을 달리하자 사촌지간인 다섯 형제는 최종현 회장의 장자인 최태원 회장을 총수로 추대했다. 각자 이전투구를 하다가는 각자의 지분율이 낮아 경영권을 지킬 수 없으리라 여기고 장자상속과는 무관하게 능력 중심으로 지배체계를 정리했다. 5형제의 결정은 약 20년 만에 SK가 국내 3대 그룹으로 도약한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의 세 아들은 일견 소외된 모습을 보였다. 큰 아들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은 2000년 8월 일찍 세상을 떴다. 둘째 최신원 회장은 SK네트웍스 분식 사태로 보유주식 11만주를 소각당해 SKC 대표 등에 머물다 12년 만인 지난해 대표로 복귀했지만 지분율은 1% 미만이다.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지난 2009년 7월 31일 제주 서귀포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2009 제주하계포럼'에서 '지속 가능성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강연하고 있다. /=전경련 제공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지난 2009년 7월 31일 제주 서귀포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2009 제주하계포럼'에서 '지속 가능성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강연하고 있다. /=전경련 제공
사촌 5형제 중 막내인 최창원 부회장도 실은 마찬가지였다. 형들처럼 상속 지분은 소각됐고 일단 가족 내에서 경영 참여 정도만 대우받았다.

그러나 형제 중 유일한 서울대 출신으로 1994년 SK케미칼 과장으로 입사해 밑바닥부터 배워온 그는 신중하고 면밀했다. 차근히 경영능력을 인정받더니 2014년부턴 SK케미칼 지분에 집중해 올 초 17%대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오너 일가 일원이지만 사실상 맨손으로 독립을 시작해 성공을 목전에 둔 것이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그는 자사주의 마법(?)으로 현대중공업 사례처럼 17%대 지분을 약 40%까지 올릴 수도 있었다. 올 초까지 SK케미칼 (70,700원 상승400 -0.6%)도 자사주가 13.3% 있던 터라 무리한 계산이 아니었다.

SK케미칼은 그러나 지난 6월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하면서 먼저 자사주 전량을 소각 또는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13.3% 중에서 배당가능이익을 재원으로 매입한 8%(193만9120주)는 소각하고, 법규상 소각이 제한된 합병취득 주식 5.3%(129만7483주)는 시장에서 매각한 것이다.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할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최창원 부회장의 선택은 장기적인 경영권 안정과 주주친화 정책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는 지주사 전환의 자사주 활용을 규제하기 위한 여러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재벌들이 이를 통해 돈을 들이지 않고 자신의 지분을 강화하는데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적잖다. 최 부회장의 판단은 이런 사회적 논의와 제재 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케미칼그룹 지배구조 /= 하이투자증권 제공
SK케미칼그룹 지배구조 /= 하이투자증권 제공
최창원 부회장은 사촌형인 최태원 회장이 총수가 된 이후 빈약한 경영권 지분을 강화하려고 무리하다 수차례 사회적 제재를 받는 걸 두 눈으로 지켜봤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오너 경영인이지만 세간에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지 않게 처신하고 재산과 관련된 매매거래를 진행하는데 있어선 사회적 평판과 장기적 평가를 고민한다는 평을 얻는다.

특히 현 정부 들어선 재벌의 주주이익 편취를 가려내고 그 이익을 원상복구하는 제재안까지 입법되고 있다. 현재 법률로는 합법이지만 사회적 합의에 역행하는 수단을 썼다가 20여년에 걸친 가업승계와 독립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고려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최창원 부회장은 자사주를 소각 및 매각하고도 독립 과정에서 지주사 지분율을 20%대로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내년 초 지주사 아래로 SK케미칼(신설분할사)과 SK가스, SK신텍, SK건설 그리고 그 아랫단에 SK디엔디와 휴비스, SK유화 등 15개사를 보유한 작은 SK케미칼-가스 지주그룹의 오너가 된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10월 9일 (15:19)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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