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현대적인 옷 입은 ‘리골레토’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국립오페라단 '리골레토' 기자간담회에서 소프라노 캐슬린 김('질다' 역)과 바리톤 데비드 체코니('리골레토' 역)이 시연하고 있다. /사진=국립오페라단

“라 돈나 에 모빌레 쿠알 피우마 알 벤토(La donna e mobile qual piuma al vento·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아)”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국립오페라단 ‘리골레토’(19~22일)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전 세계적으로 수백, 수천 번 공연된 주세페 베르디의 대작인 데다, 국내에서는 테너 아리아 ‘여자의 마음’이 모 전자제품점 CM송으로 널리 사랑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현대적인 옷을 입고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리골레토’는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와 더불어 베르디 오페라 중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사회 비판적인 작품이다. 프랑스 낭만주의 작가 빅토르 위고의 희곡 ‘환락의 왕’을 오페라로 옮겨 물질만능주의와 폭력 등으로 얼룩진 시대의 비극적 희생양인 어릿광대 리골레토와 그의 딸 질다의 이야기를 그렸다.

주요 배역에는 한국과 이탈리아의 성악가들이 함께 한다. ‘리골레토’ 역에는 데비드 체코니와 다비데 다미아니, ‘질다’ 역에는 캐슬린 김과 제시카 누초, ‘만토바 공작’에는 정호윤과 신상근이 캐스팅됐다. 콜로라투라(화려한 고음을 구사하는 창법) 소프라노인 캐슬린 김은 2007년 ‘피가로의 결혼’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데뷔 이후 매 시즌 주역으로 활약 중이다.

국립오페라단은 1997년 이후 20년 만에 새로운 ‘리골레토’를 선보인다. 최근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주목받는 젊은 연출가인 알레산드로 탈레비의 손에서 부패한 귀족들의 연회장은 세련된 술집이 된다. 반면 지휘는 베르디 오페라의 정통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1975년부터 1981년까지 아비뇽 오페라 예술감독을 역임한 프랑스의 알랭 갱갈은 베르디 작품을 다수 지휘하며 '가장 베르디다운 지휘'라는 평을 받는다.


탈레비 연출은 “리골레토의 주제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다”고 현대적 연출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만토바 공작이 누리는 세상에는 권력 싸움이 계속되면서 목숨 대신 물질이 중시된다”며 “특히 약자인 여성은 여신으로 우상화되거나 사고팔 수 있는 물건으로 취급받는데, 이러한 세태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체코니는 “지금까지 리골레토 역할은 80번 정도 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구식과 먼지를 한 번 털어내는 느낌”이라며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젊고 새로워진 리골레토를 좀 더 진지한 자세로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근은 “예전에 리골레토에 참여했을 때는 17, 18세기 의상을 입고 노란 가발을 쓰고 했었다”며 “이번에는 굉장히 모던한 연출이기 때문에 좀 더 편할 줄 알았는데 연출이 손가락 동작 하나까지 (세세하게) 요구를 해서 고민이 깊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