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단말기가 통신비 부담 원흉?… 국내외 가격차 논란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국내 단말기 가격 자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외 단말기 가격차를 줄이고 저가 제품군 다양화를 통해 단말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해당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 단순 비교 통계만으로 국내 단말기 가격 부담이 과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단말기 가격 부담 해외보다 2.6배 높다"=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통계를 근거로 "국내 단말기 가격 부담이 해외보다 2.6배 높다"고 밝혔다.


가트너가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평균 단말기 판매가격(ASP)은 국내 514달러, 해외 197달러로 2.6배 높았다. 같은 기간 제조사별 ASP는 삼성전자 국내 508달러, 해외 223달러와 LG전자 국내 361달러, 176달러로 국내 ASP가 해외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변 의원은 이를 근거로 "국내 단말기 시장의 약 95%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모두가 국내에서 해외보다 높은 단말기 판매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내 소비자들의 단말기 가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 제조사가 해외에서는 저가 단말기를 판매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프리미엄폰 중심 판매 전략을 펼쳤기 때문에 국내 ASP가 해외보다 높은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변 의원은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통신서비스요금 인하만으론 한계에 봉착한 것"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단말기 고부담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가 단말기 보급을 확대해 국민의 선택권을 확대, 저렴한 단말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계점 분명한 통계… 저가폰 늘린다고 부담 줄까 = 다만 해당 통계만으로 실질적인 국내외 단말기 가격차를 비교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제품별 가격 비교 없이 전체 단말기 매출을 출하량으로 나눈 ASP 비교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비교대상인 해외에 미국와 유럽 등 선진국과 동남아와 남미 등 신흥 시장을 모두 포함한 점 역시 한계점으로 꼽힌다. 개별 국가의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해외로 묶었기 때문에 특정 국가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분석이다.

이런 한계점은 단말기 유형별 판매 통계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 2분기 국내 단말기 판매량 점유율을 보면 프리미엄폰(고가) 87%, 베이직폰(중저가) 17%로 프리미엄폰에 집중된 시장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해외는 프리미엄폰 30%, 베이직폰 39%, 유틸리티폰(저가) 31%로 유형별로 고르게 판매가 이뤄졌다. 다양한 시장 특성을 가진 국가들을 하나로 묶었기 때문이다.

저가 제품군 확대가 국내 단말기 부담 완화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국내에 저가 제품을 내놓지 않는 건 수요 자체가 적기 때문"이라며 "국내 소비자 성향이 프리미엄폰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단말기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시장이 프리미엄폰 중심으로 형성된 게 제조사들의 판매 전략 때문이라면 명확한 근거 제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