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2심 본격 시작…'부정한 청탁' 두고 한 판 승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머니투데이DB

오는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이 본격 시작된다.

지난달 28일 한 차례 공판 준비기일을 마친 후 정식 재판에 돌입하는 셈이다. 향후 총 세 차례에 걸쳐 2심을 아우를 쟁점 전반에 대한 특검 측과 변호인단의 프레젠테이션(PT) 공방전이 진행된다.


아울러 이날 이 부회장과 8월 말 법정 구속된 최지성 삼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삼성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이 한 달 여만에 법정에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개별엔 없고 포괄엔 있다? 변호인단, '부정한 청탁' 깨기 집중=이 부회장 등에 대한 공판기일 첫 PT에서는 '부정한 청탁의 존부'를 두고 특검 측과 변호인단이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2심은 항소 이유를 중심으로 재판이 진행되는데 특검 측과 변호인단 모두 이 부분을 다루겠다고 예고했다. 부정한 청탁의 존부는 뇌물죄를 구성하는 주요 요건이기에 양측이 물러설 수 없는 대립점이다.


1심은 삼성 개별 현안에 대해서는 삼성 측의 직접적인 청탁이 대통령에게 바로 전달됐다고 볼 증거들이 없다고 판단했다. 일례로 논란이 됐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에 대해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대통령과 단독면담을 한 2015년 7월 25일에는 이미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해 현안이 해결된 후"라며 "(제시된 증거만으로는) 청탁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삼성 그룹 전체적으로는 승계작업이 있었으며 이에 대한 묵시적 청탁 및 대가관계에 대한 합의가 있었고 이에 따라 뇌물공여가 성립한다고 봤다.

변호인단은 1심의 이같은 판단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공소장에 기재된 승계작업의 뼈대를 이루는 개별적 현안에 대한 청탁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포괄적 승계작업에 대한 청탁은 인정한 점이 언뜻 모순으로 비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승계현안을 알고 지위를 이용해 뇌물을 수수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점, 이 부회장은 이 같은 묵시적 인식과 양해에 따라 승마지원에 나아갔다는 점 등이 1심에서 충분히 입증이 됐는 지에 대해 다툴 전망이다.

◇강요 혹은 뇌물…묵시적 청탁 논란도 '재점화'할 듯=1심 판결 직후 논란이 됐던 '묵시적 청탁' 역시 쟁점화될 전망이다.

재계는 1심 판결 직후, 명시적 청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후에 일어나는 일련 현안에 비춰 뇌물이라고 꿰맞춰 질 수 있는 선례로 읽힐 수 있다는 여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 때문에 변호인단 역시 재판 진행 내내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면 언제 형성됐고 어떠한 대가에 대한 청탁이라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요구해왔다.

변호인단은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청탁이나 대가관계에 대한 의사 없이 대통령과 최순실에 의한 공갈과 강요에 의한 재단 등 지원이었음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미르·K재단 출연과 관련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도 기업 활동과 관련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청와대가 관심을 갖고 요청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회사에 치명적인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 이상 호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재계 현실"이라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 등은 미르·K재단 출연과 관련해서는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의 지목으로 대한승마협회를 맡고 이후 승마지원이 이뤄진 점, 동계스포츠 후원사로서 영재센터를 지원한 점 등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PT에서는 부정한 청탁의 존부뿐만 아니라 박상진 삼성전자 전 대외협력담당 사장 진술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업무수첩, 안종범 청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 등이 함께 다뤄질 전망이다. 이후 19일에는 승마지원, 26일에는 재단지원 등이 주로 다뤄질 것으로 예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