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믿지 말라"…노벨경제학상 세일러 교수의 투자조언(종합)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 경제학의 창시자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학교 부스경영대학원 교수. /AFPBBNews=뉴스1

"투자자들의 가장 큰 실수는 자신을 너무 믿는 일입니다. 자기가 실제보다 더 뛰어난 투자자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제 첫째 조언은 '자신을 정확히 알라'는 것입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우수한 투자자인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주식투자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투자자들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거나, 단순히 과거 자료에 매몰돼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세일러 교수 자문 펀드 수익률 '512%'…자신의 이론 투자로 증명

세일러 교수의 행동경제학은 경제학에 인간의 심리를 접목한 것이다. 모든 인간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보는 기존 경제학의 원칙을 뒤흔들었다. 인간의 비합리성이 시장을 왜곡하고 이것이 투자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세일러 교수는 실제로 큰 투자수익으로 자신의 이론을 입증했다.

9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세일러 교수가 주도하는 풀러&세일러 자산운용이 자문을 맡은 58억 달러 규모의 '언디스커버드매니저스 행동 가치 펀드'(UBVAX) A주는 2009년 3월 9일부터 지난 6일까지 51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지수 상승률 277%를 크게 웃돌았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 상승률(340%)보다 높았다. '풀러&세일러 행동 중소형펀드'(FTHSX)도 올해 14.7% 올랐다. 역시 S&P500과 러셀2000의 상승률을 웃도는 수준이다.


세일러 교수는 지난해 6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내부자 매입은 우리가 사용하는 신호 가운데 하나"라며 "특히 CFO(최고재무책임자)가 갑자기 자사주 보유 규모를 두 배 늘리면 우리는 해당 회사에 대해 재평가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어려움에 빠진 회사를 구별하는 방식을 행동경제학으로 설명한 셈이다.

◇ "자기 과신을 경계하라"…"인간의 논리적 오류, 여전히 시장에 영향"

세일러 교수의 투자 성공은 그의 이론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의미다. 그는 1980년대 자신의 제자인 워너 드 본트와 함께 주식시장에 대한 가설을 하나 세웠다. 예상치 못한 정보에 대한 투자자들의 과도한 반응이 주식을 저평가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는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해를 보기 싫어해 퇴직연금처럼 장기적인 투자에서도 단기 성과에 집착한다"며 "이런 현상이 주식을 싸게 만들고 상승할 여지를 준다"고 분석했다.

아카디안 자산운용의 웨슬리 챈은 "세일러 교수의 이런 분석은 투자자에게 매우 중요하다"면서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구조를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늘날 수십억 달러를 주무르는 펀드매니저들이 세일러 교수의 통찰을 이용해 수익 기회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세일러 교수는 일반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로 '자기 과신'을 꼽았다. 그는 "만약 스스로 잘 나가는 투자자라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실제 수익률이 얼마인지 계산해보라"면서 "대부분 투자자는 거래수수료를 떼어내면 시장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WSJ는 "역설적으로 세일러 교수의 업적 때문에 (투자자의 합리적이지 않은 판단으로 인한) 시장의 이상을 보기 어려워졌다"며 "사람의 근본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의 논리적 오류는 여전히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왕립 과학 아카데미는 이날 "행동경제학에 대한 공헌으로 세일러 교수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세일러 교수의 경험적 발견과 이론적 통찰은 행동경제학이 만들어지고 행동경제학이 영역을 급속도로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개인의 결정 과정 분석을 위한 경제학과 심리적 분석 사이에 다리를 세웠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