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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우면 뭐해, 외제차 타는데"…'기부 포비아' 우려

어금니아빠 등 기부 악용에 불신 분위기↑…"기부 대상 꼼꼼히 따지고 사회적 감시체계 갖춰야"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입력 : 2017.10.12 06:25|조회 : 118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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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선심(善心)'을 악용하는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기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아예 기부를 하지 않겠다는 '기부 포비아(공포)'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기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하고 기부·후원자들도 수혜자 및 단체에 대한 사전 조사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기부를 악용한 큰 사건들은 '새희망씨앗'과 '어금니 아빠' 등 두 가지다. 지난 8월 적발된 '새희망씨앗' 사건은 해당 사단법인 회장과 대표 등이 불우 청소년과 결손 아동 후원금 128억원을 빼돌린 것이다. 이들은 "지역 아동과 1대1로 연결된다"는 식으로 5000원~1600만원을 입금하도록 했다. 일반 시민 피해자만 4만9000여명에 달했다.

지난 5일 검거된 '어금니 아빠' 이모씨(35)는 그의 딸 이양(14)과 함께 얼굴 전체에 종양이 자라는 '거대 백악종'이란 희귀병을 앓았다. 잇몸을 모두 긁어내 어금니만 남았기 때문에 이 같은 호칭이 붙었다. 이씨는 국토대장정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딸의 수술비가 없으니 도와달라"며 후원금을 받았다. 하지만 이씨가 딸의 친구를 살해한 뒤 경찰 조사를 통해 외제차 등을 타고 다닌 사실이 알려지자 "후원금으로 호화생활을 한 것 아니냐"는 등의 분노 여론이 커졌다.

잇따라 터진 두 사건에 기부·후원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꼭 필요한데 써달라며 좋은 마음으로 도왔는데 누군가의 뒷주머니로 들어가거나 잘못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
'어금니 아빠' 이모씨(35)가 자신의 트위터에 "딸의 수술비가 없다"며 치료비 모금 홈페이지 주소를 남긴 모습./사진=이씨 트위터 캡쳐
'어금니 아빠' 이모씨(35)가 자신의 트위터에 "딸의 수술비가 없다"며 치료비 모금 홈페이지 주소를 남긴 모습./사진=이씨 트위터 캡쳐

이는 기부에 대한 불신을 넘어 거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3년간 틈틈이 개인 기부를 해왔다는 직장인 김모씨(33)는 "단체를 못믿어 개인 기부를 했는데 이제 그마저도 못믿게 됐다"며 "당분간 기부를 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부 최모씨(40)는 "(어금니 아빠는) 도와줬더니 외제차를 타고 다녔다는데 기부하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국내 기부 관련 주요 단체들에 따르면 어금니 아빠 사건과 관련해 아직까지 기존 기부 금액 등이 줄거나 후원자가 이탈하는 등의 악영향이 현실화된 것은 아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어금니 아빠 사건 이후 아직까지는 기부 중단이나 관련 문의전화 동향은 파악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부 단체 관계자는 "새희망씨앗 때도 전체 후원자 수는 크게 변동이 없었고, 어금니 아빠 사건도 특별한 동향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부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비케이 안 한국기부문화연구소 소장은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따지는 것도 기부 문화가 발전하는 과정"이라며 "기부자는 지원금이 100% 수혜자에게 가길 원하지만 그 과정에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를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부자들의 철저한 사전 조사도 필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기부를 결정할 때 △정보공개가 투명한 단체 선정 △재정 효율성이 높은 단체 선정 △직접 방문 또는 전화 문의 등을 거쳐야 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우선 홈페이지를 통해 연말 결산보고, 이사회 회의록, 업무추진비 현황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며 "고유 목적 사업비와 일반 관리비 내용을 살펴보고 실제 사업에 얼마나 쓰였는지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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