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FRB 의장 파월 유력?…'시장도 환영'

제롬 파월 FRB 이사/사진=블룸버그

세계 경제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게 될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제롬 파월 FRB 이사가 유력하다는 기대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FRB 의장 선임 과정을 주도하고 있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파월을 적극적으로 추천했다고 전해지면서다.

◇파월 47% vs 워시 28% 차기 FRB 의장 '박빙'서 파월로 기우나


11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므누신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월을 차기 FRB 의장으로 강력히 추천했다고 전했다. 므누신 장관이 또 다른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케빈 워시 전 FRB 이사에 비해 파월을 더 편안하게 여기는 데다, 파월의 선임을 더 안전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2월 임기를 마치는 재닛 옐런 현 FRB 의장 후임을 빠르면 이번 달 내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최종 후보 명단엔 파월과 워시를 포함해 옐런 현 의장,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4명이 올랐다.

그러나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옐런의 연임을 원하지 않는 듯한 발언을 남기면서 옐런의 연임 가능성은 10% 미만으로 거론된다. 콘 위원장은 '샬러츠빌 사태' 후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뒤 유력 후보에서 제외된 분위기다. 사실상 파월과 워시의 '2파전'이란 게 중론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워시의 선임을 예상하는 이들이 40%대로 파월(약 30%)보다 많았다. 워시의 장인이 화장품 재벌 에스티 로더의 아들이자 트럼프의 오랜 친구인 로날드 로더라는 '배경' 등을 업고서다.

그러나 이번주 들어 분위기가 다시 파월 쪽으로 기울었다. 므누신의 추천 소식이 전해진 이 날 정치 및 금융 이벤트 예측 사이트 프레딕트잇에 따르면 파월의 선임을 예측하는 비율이 47%로 워시(28%)를 크게 앞섰다.

◇시장도 워시보다는 파월 선호…'누가 되든 큰 차이 없다' 주장도

파월은 워시에 비해 시장에서 더 환영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정부 시절 재무부에서 일했으며 2012년 FRB 이사로 합류해 2014년 재임명 됐다. 옐런은 물론, 금융위기 후 통화정책과 금융규제 틀을 만은 벤 버냉키 전 FRB 의장과도 호흡을 맞췄다. 사모펀드 칼라인 그룹에서 8년간 파트너를 역임하기도 했다.

워드 맥카시 제프리스 이코노미스트는 "파월의 선임이 가장 납득할만하다"며 "민간과 FRB 양쪽의 경험을 가진 점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파월이 옐런 의장보다는 좀 더 매파(통화 긴축 지지)적인 기조를 갖고 있으나 워시보다 상대적으로 비둘기적인 인물로 평가되는 점도 시장의 환영을 받는 이유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워시가 지명될 경우 미 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증시도 동반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트 호건 분더리히 증권 투자전략가는 "파월이 더 예측 가능한 인물이며 워시는 혼란을 더 가중시키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연륜 면에서도 파월이 우세하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는 워시가 상대적으로 어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워시는 47세로 64세인 파월과 나이 차가 크다.

그러나 결과를 속단하기 이르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폴리티코는 므누신이 개인적으로 파월을 지지하고 있지만, 므누신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이들이 백악관 안팎에 많다고 전했다.

두 사람 중 누가 되든 통화정책에 큰 차이가 없으리란 전망도 있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리더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선출직으로 구성된 기관들과 다르게 FRB는 세워 놓은 계획에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 만큼 누가 되든 일관된 정책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장 일각의 예상처럼 파월과 워시 사이에 극단적인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일단 트럼프가 FRB 의장을 지명하면 불확실성이 그만큼 가시면서 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