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협상중에 "나프타 폐기돼도 괜찮다" 으름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이 폐기돼도 그만"이라는 식의 부정적인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CNN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진행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트뤼도 총리도 이해하겠지만, 우리가 협상에 이르지 못한다면 (나프타는) 폐기될 것이고, 그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협상 과정에서 이 같이 발언한 것에 대해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으름장'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나 멕시코와 나프타가 아닌 개별적인 무역협상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만약 한 국가와 협상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나머지 한 국가와만 협상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캐나다·멕시코·미국에 유익하고도, 매우 창조적인 것을 만들어낼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언급한 '3자'가 아닌 '양자'간 협정은 완전히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무역협정인 나프타로 인해 수백만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멕시코에 뺏기고 있다고 거듭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한 것으로 언론은 전했다.

반면, 트뤼도 총리는 나프타의 장점에 대해 강조하면서 일부 수정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헤어진 이후 캐나다 대사관에서 "나프타는 수백 만 명에 이익을 가져다줬으며, 추가로 수백만명에게 더 이익을 줄 수 있다"며 "그러나 나프타 협정은 (현재 상황에 맞게) 수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더 공정한 교역을 달성하는 방안을 고안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이며 내 관심사"라고 덧붙였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도 23년 된 나프타를 현재에 맞게 일부 수정해야겠지만 폐기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나타냈다.

그는 워싱턴DC에서 열린 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때때로 필요할 경우 나프타를 탈퇴하는 것에 얘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관리들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로스 장관은 "우리는 나프타가 폐기되는 것을 바라지도, 믿지도 않지만 (재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개념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