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갈등 딛고 한·중 통화스와프 전격 타결…배경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워싱턴 D.C.에서 열린 G20(주요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업무만찬 도중 기자들과 만나 대화하는 모습. /사진제공=뉴스1

지난 10일 자정을 기해 일시 중단됐던 총액 560억달러(3600억 위안/64조 원) 규모의 한‧중 통화스와프가 전격 타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G20(주요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업무만찬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중 통화스와프 3년 연장안이 지난 10일 최종합의됐다”며 “11일부터 발효된다”고 말했다.

함께 자리 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갱신된 통화스와프 계약은 규모와 만기와 종전 계약과 동일하다”며 “정부와 한은이 여러 공조를 통해서 진행했다. 한은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했다.

정부와 한은은 그동안 한·중 통화스와프 진행 상황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다. 만기 종료일을 앞둔 9일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한·중 통화스와프 만기 연장과 관련해 당분간 현재 상황에 대해 확인해 줄 없음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같은 날 출근길에 “여러 상황을 고려한 결과 당분간은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이번 통화스와프 계약은 형식상 재협상이나 실제로는 중단 없는 재연장으로 파악된다. 종전 계약 규모가 그대로 유지되며 만기일은 3년 뒤인 2020년 10월 10일까지다.

이 총재는 “11일부터 발효돼 신규로 계약하는 형태지만 실질적으로 중단 없이 그대로 연장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이후 양국 외교관계가 악화되면서 한중 통화스와프 재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정부와 한은이 '정경분리(政經分離)' 원칙으로 지속적으로 물밑 협상을 진행한 결과 성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한중 통화스와프와 관련해 그동안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위안화의 국제화를 도모하는 상황에서 홍콩(4000억위안)에 이어 둘째로 규모가 큰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정치적 이유로 일방적으로 파기할 경우 대외 신인도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중 양국이 사드 갈등을 딛고 경제협력 상징인 통화스와프 계약을 유지하면서 향후 관계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여야 4당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한중 통화스와프 문제는 양국 공식 발표 전에 일방에서 발표하기 어렵지만 연장이 관계 개선의 사인이라는 점은 공감한다”고 말했다.

당초 18일 중국 공산당 대회 이후 타결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날짜가 앞당겨진 이유는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이 모인 G20 행사에서 타결 내용을 공개함으로서 세계 시장에 양국 경제협력 관계가 공고하다는 의미를 강조한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이 주요국과 맺은 통화스와프 규모는 1222억달러로 다시 확대됐다. 3800억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대치인 국내 외환보유액을 고려할 때 향후 미국, 유럽 등 주요국 긴축 통화정책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에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더 비축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한편 양국 통화스와프 재개를 기점으로 한한령을 비롯한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도 추가로 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