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는 왜 알록달록?" 똑똑한 앵무새와 잘 지내기

머니투데이

김미혜 송파에코동물병원장
정리=김주동 기자

특수동물 진료를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동물을 접하게 된다. 강아지, 고양이는 기본이고 고슴도치, 기니피그, 토끼, 햄스터, 친칠라, 라쿤, 페릿, 앵무새, 도마뱀, 거북이, 뱀…. 호기심이 많은 나에겐 수의사가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다양한 종류를 치료하다 보니 공부할 것은 끝이 없다. 동물마다 사는 환경, 먹이, 잘 생기는 질병, 성격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문득 머릿속에 질문이 하나 떠올랐다. 이들 중 가장 영리하고 사람과 교감 잘하는 동물은 무엇일까?

하나를 꼽는다면 단연코 앵무새가 아닐까. 물론 자신이 키우는 동물이 제일 똑똑하다고 느끼겠지만, 교감력과 언어습득 능력을 보면 조류 중에서도 앵무새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는 회색 앵무새가 결막염, 호흡기 증상으로 내원했다. 보호자는 부산에서 오신 분이었는데 앵무새에 대한 애정이 크셨다. 그래서인지 앵무새는 참 말을 잘했다.

"안녕? 헬로우~." "반가워. 밥 먹었어?" "땡큐, 쏘리~."

할 줄 아는 단어가 30개 정도 된다고 했다. 보호자 왈 "누가 새를 보고 닭 대가리라고 했는지 참. 키워보니 그건 말도 안돼!"

보통 앵무새 키우는 분들은 이들과 많은 교감을 한다. 앵무새 역시 주인과 밀접한 감정을 나누길 원하고 같이 있는 것을 즐긴다. 사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 어렵다. 새들은 원래 무리생활을 해 외로움도 잘 느끼고 혼자 지내면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다. 그래서 거울이나 비슷한 크기의 모형 새를 같이 두는 게 필요할 정도이기도 하다. 작은 앵무새는 대부분의 시간을 보호자 몸에서 보내기도 한다.

외국의 한 앵무새 사료 제품.

이들이 먹는 것도 특이해서 사료는 알록달록 색이 화려하다. 이유는 각 아이들이 좋아하는 색이 달라서 어떤 색깔 사료는 먹고 어떤 것은 먹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따뜻한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추위에 약하다. 조금만 추워도 금세 근육량이 적어지고 호흡기 증상이 잘 생긴다.

영리하고 사람과 교감을 잘하는 만큼 앵무새는 키우기 까다롭기도 하다. 한번은 두 살밖에 안된 썬코뉴어앵무가 백내장 치료를 받으러 왔다. 보호자는 결혼 전부터 이 앵무새와 지냈는데 결혼과 출산 뒤 관심을 적게 주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몇달 후 앵무새에게 백내장이 온 것이다. 알도 자주 낳았다. 이처럼 앵무새는 보호자의 관심과 사랑에 큰 영향을 받는 동물인 것 같다.

함께 잘 지내기 쉽지는 않지만 그만큼 큰 기쁨도 주는 동물, 앵무새는 세계적으로 반려동물로서 역사가 깊고 사람과 같이한 긴 시간만큼 다양한 치료법도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