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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가계대출 연체이자 산정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기고 머니투데이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입력 : 2017.10.16 04:31|조회 : 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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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작성하는 대출계약서에는 연체이자(지연배상금)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다. 대다수 은행이 1~2개월 이상 연체시 약정금리에 연체가산금리 6~8%포인트를 얹어 대출잔액에 연체이자를 부과한다. 예컨대 7% 금리로 1억원을 빌려 연체한 채무자는 빚을 전액 상환할 때까지 매년 약 1500만원 내외의 연체이자를 납부해야 한다. 이처럼 연체이자율 수준이 높다 보니 연체기간이 길어질수록 갚아야 할 빚은 크게 불어난다.

개인채무자 중 다수는 대출계약서 작성 시점에야 비로소 높은 연체이자가 부과됨을 알게 됐을 것이다. 은행 직원에게 물어봐도 제때 잘 갚으면 연체이자를 납부할 일이 없고 대출을 받으려면 동의해야 한다는 설명만 돌아오기 십상이다. 뭔가 미심쩍어 다른 은행에 알아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다수 은행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수준의 높은 연체가산금리를 부과하고 있다.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는 꼭 갚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일단 연체자가 되면 계약서에 명시된 연체이자까지 납부해야 한다. 지금도 빚 갚기가 어려워 연체한 것인데 높은 연체이자까지 더해 빚이 크게 불어나니 빚 갚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금융기관 연체자는 100만명을 훨씬 넘고 매년 많은 채무자가 새롭게 연체자 대열에 들어선다. 14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부실화된다면 연체자 수는 크게 증가할 것이다. 빚은 무한책임인지라 빚 부담이 가중되는 연체자는 소비를 극도로 줄일 수밖에 없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문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연체이자는 어떻게 정해지고 왜 높은 것일까? 누구 하나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한다. 하지만 개별 소비자 입장에선 대출을 받으려면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은행이 비슷한 수준의 높은 연체이자를 요구하니 별다른 대안이 없다. 은행산업의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다면 낮은 연체이자율을 제시할 수 있는 은행이 진입해 연체이자율 인하를 유도할 것이다. 그러나 은행산업이 수십 년간 신규 진입이 없던 규제산업이다 보니 연체이자율 수준이 높더라도 금융소비자는 대안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의 연체가산금리 수준은 주요 선진국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높은 연체이자는 빚을 잘 갚도록 유도하기 위한 징벌적 성격이 크다는 주장이 있는데 맞는지 의문이다. 연체시 은행이 입게 되는 손실 보전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굳이 높은 연체이자가 아니어도 채무자의 성실상환 유인이 충분히 큰 편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예로 들어보자. 연체시 신용등급이 최하등급으로 하락하고 제반 금융거래가 중단된다. 채권은행의 담보권 실행으로 인해 주거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 채무자가 담보주택을 포기하더라도 상환 의무는 그대로 남는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별제권(다른 채권보다 우선해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은 채무자의 개인회생과 파산을 어렵게 만든다. 참고로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손실비용을 넘어서는 벌칙적 수준의 연체이자 부과를 금지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연체이자가 인하되면 은행 건전성이 크게 훼손되는가? 은행 대출의 다수인 주택담보대출을 보면 대체로 70% 이하의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수준을 보이고 있어 대출 대부분이 회수 가능하다. 다만 연체이자율 인하시 은행 수익은 일부 감소할 수 있다. 현행 연체이자 산정방식은 연체시 빚이 빠르게 불어남에 따라 연체자의 채무 정상화를 어렵게 만든다. 이는 연체자의 소비를 크게 위축시키고 연체율이 상승하는 경기침체시 거시경제적 불안정성을 확대할 우려도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근본적으로는 신용시장 내 채권자간 경쟁이 활성화되도록 경쟁적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정보력과 협상력이 약한 금융소비자의 권리 보호에도 힘써야 한다. 은행산업 구조와 제도적 기반을 뜯어 고치는 일은 꼭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연체이자와 관련해 산업, 소비자, 규제당국 등 이해관계자가 개선방안 모색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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