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불패깨진 GS건설, 반등할 수 있을까

대표 아파트 브랜드 '자이'를 내세워 재건축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했던 GS건설 (14,920원 ▲10 +0.07%)의 하반기 전망에 먹구름이 꼈다. 최근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수주전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면서다.

3년여 공이 무색하게도 단군이래 최대라는, 2조원대 공사규모를 자랑하는 강남 대형 재개발 단지 수주를 놓쳤다. 대형 수주전 패배로 인해 당장 3분기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 여기에 8·2 부동산 대책 이후 정부의 후속 대책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어 투자심리는 위축됐다.


악재가 겹치면서 주가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래도 15일 이뤄진 한신4지구 재건축 시공사에 선정되면서 연패 고리를 끊은 것은 위안거리지만 강남 재건축 불패신화가 깨졌다는 점은 앞으로 GS건설 주가 향방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잇따른 강남 재건축 수주 실패…당장 3분기부터 실적 '빨간불'= 지난달 27일 추석을 앞두고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반포 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조합 임시총회가 열렸다. 결과는 현대건설이 59% 찬성표를 획득, GS건설 (14,920원 ▲10 +0.07%)을 누르고 공사비 2조6000억원의 '단군이래 최대 재개발 사업'의 시공권을 따냈다.

지난해 재건축 시장 수주규모 2위에 해당하는 GS건설이 강남 대표 단지 수주전에서 완패한 셈이다. 3년여 영업을 한 재건축 수주전에서 밀리면서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의 입지도 흔들렸다. 현대건설은 단숨에 재건축 수주실적 1위로 올라섰다.


수주전 실패 영향은 곧바로 나타났다. 수주실패에 따른 판매관리비(판관비)가 3분기 실적에 그대로 반영되면서다.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악재가 덮친 것. 증권업계에선 GS건설의 수주실패로 적게는 300억원, 많게는 4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포주공 1단지 수주비용을 반영해 영업이익 폭을 조정한 증권사가 나오면서 증권업계의 GS건설에 대한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는 추석 명절 전 1059억원에서 925억원으로 일주일여만에 12.7%가량 하락했다.

반포 주공1단지가 끝이 아니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수주전에서 롯데건설에 패했다. 공사비용이 각각 4296억원대로 반포1단지에 비해선 적은 규모지만 수주실패에 따른 비용이 4분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대형 건설사들의 자존심이 걸린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분양시장에서 '완판' 행진을 이어간 '자이' 브랜드에 타격을 입은 셈이다. 향후 강남을 포함한 재개발 수주전에서도 GS건설의 경쟁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년여 공을 들인 반포 주공1단지 수주실패에 따른 비용이 400억원가량으로 예상한다"며 "이후 수주실패에 따른 비용은 반포1단지엔 못 미치지만 4분기 실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건축 실패, 넘어진 주가, CB발행까지…공매도 놀이터 전락= 반포 주공 1단지 수주전 패배를 전후해 GS건설 주가도 내리막이다. 지난 13일 GS건설 종가는 2만6500원으로 지난달 27일 대비 2.8% 하락했다. 추석 연휴 체력을 비축한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GS건설 주가는 하락한 셈이다.



2분기 컨센서스를 8%가량 뛰어넘은 실적을 낸 이후 상승세를 탔던 주가는 7월 하순 이후 꾸준히 내리막이다. 7월 25일 52주 신고가 3만4800원을 찍은 이후 지난 10일 2만5450원까지 26.9% 주가가 빠졌다. 수주실패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와 향후 강남 재개발 수주전 난항 전망이 주가 약세를 이끌었다는 해석이다.

최근 몇 달째 이어진 주가 하락 국면에서 주가 상단을 막는 이벤트도 발생했다. GS건설은 지난 12일 2301억원어치 CB(전환사채)에 대한 전환가액을 종전 2만9471원에서 2만8829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최근 주가하락에 따른 가액조정이다.

전환가액 조정에 따라 전환가능한 주식수도 780만7675주에서 798만1546주로 늘어났다. 발행 주식수가 늘어나면서 주가 희석 우려가 나오는 데다, 전환가격이 정해진 만큼 주가 상승에 저항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증가한 공매도 비중 역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 중 하나다. GS건설의 공매도 비중은 7월 하순 이후 적게는 12%에서 많게는 31%까지 두자릿수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공매도 비중이 한자릿수로 떨어진 날은 9.8%를 기록한 지난 10일이 유일하다.

◇엎친 데 덮친 격, 8·2 대책 영향과 후속조치 가능성은?= 문재인 정부는 지난 8월 2일 투기과열지구 부활과 다주택자 및 대출규제 등을 골자로 한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역대 가장 강력하다는 부동산 대책으로 한때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었다.

영업이익 대부분을 건축 부문에서 거둬들이는 GS건설 주가 역시 곧바로 반응했다. 대책 발표 직후 6% 가까이 주가가 하락한 데 이어 꾸준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두 달 여 동안 주택시장은 이전 모습을 되찾았지만 정부 규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건설주에 대한 투자심리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8·2 부동산 대책의 후속조치로 정부가 확대를 예고한 분양가 상한제와 내년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건설사의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한 데다 초과이익 환수로 인한 재건축 시장 냉각이 불안요인으로 부각됐다.

특히 잇따라 시공권을 내준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서 승패가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대응에서 갈렸다는 점은 현재 GS건설이 안고 있는 주가 하락 요소를 보여준다.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모두 재건축 조합에 초과이익환수제에 영향받지 않도록 빠른 사업 시행을 약속하고 환수되는 초과이익의 보전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투명 수주'를 표방한 GS건설은 적극적인 상대방의 공세에 밀려 수주전에서 패배했고, 건설사들의 영업비용 증가와 탈법지원 문제가 논란으로 떠올랐다.

증권업계는 "규제에 따른 직접적 영향은 적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목표주가 산정기준엔 정부 규제 움직임을 반영하고 있다. GS건설 목표 주가 산정 시 통상 0.7~0.8배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을 적용했는데,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PBR 배수를 하향 조정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GS건설이 15일 서울 서초구 한신4지구 재건축 공사 수주에 성공한 것은 위안거리지만, 이미 투자심리가 악화된 터라 만회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한편에선 제기된다. 한신4지구는 공사비만 약 1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재건축 사업으로 GS건설과 롯데건설이 수주를 놓고 열띤 경쟁을 벌여왔다. 강남에서 올해 남은 재건축 시공사 선정은 반포1단지로 공사비는 8000억원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