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와 악어새? IPO 유치노린 '프리IPO투자' 과열

수수료 장사에 지친 증권사 IPO(기업공개) 부서들이 적극적으로 비상장주식(프리IPO)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해당 기업이 상장에 나설 경우 주관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상장 후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베팅해야 하는 증권사들의 위험 부담도 커지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등 IPO 주관 증권사가 상장 전 해당 기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KB증권은 IPO를 담당하는 ECM(주식자본시장)본부에서 지난해부터 자기자본투자를 시작해 디에스글로벌 등에 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다. 미래에셋대우 역시 올해 젠바디와 엘엔피코스메틱 등에 투자했다. 상장 주관계약을 맺고 1~2년의 IPO 준비 기간 동안 지분을 투자하거나 먼저 VC(벤처캐피탈) 등과 함께 자금을 넣고 상장 주관사가 되는 방식이다.

한 대형증권사 IPO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서 기업이 투자에 나서면 주관 업무를 맡기겠다고 제안하거나 반대로 증권사가 먼저 자금을 맡길테니 주관사 계약을 맺자는 경우가 많다”며 “(증권사가)지분을 투자하면 그만큼 공모가 산정 등에 있어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증권사가 상장 전 투자유치에 나섰던 기업의 시장 입성 소식도 속속 전해진다. 지난달 14일 코스닥시장에 발들인 게임개발업체 펄어비스는 주관사 한국투자증권이 상장 전 80억원을 직접투자했던 회사다.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 개발사인 젠바디 역시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상장 전 자금을 유치한 뒤 대표주관사로 양사를 공동 선정해 기업공개 준비에 나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 대표 입장에서도 지분투자는 비슷비슷한 실력의 증권사 중 한 곳을 선택하는 명분이 된다”며 “상장 전 증권사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그 자체로 기업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비상장회사의 경우 공신력있는 증권회사, 혹은 VC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것 자체가 기업가치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는 것. 더군다나 이를 가치판단의 기준점 삼아 향후 매출액이 성장하면 2~3배 높은 조건에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그동안 1~2%의 낮은 공모 수수료 수익에 의존했던 증권사 역시 프리IPO투자는 매력적인 수익원이다. 상장 후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2~3배의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산업 전반적으로도 수수료 수익에서 벗어나 자기자본 투자로 영역을 넓혀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다만 비상장주식 투자 유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증권사로선 위험 부담이 한층 높아졌다. 거래를 따내기 위해 더 좋은 옵션을 제시해야 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IB 대표는 "최근 중소형사, 대형사 가릴 것 없이 프리IPO를 통해 주관사까지 엮으려는 움직임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며 "기업이 더 많은 투자금액을 요구하는 등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부담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