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선정한 한신4지구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논란 왜?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조합이 시공사 선정은 마쳤지만 시공사와의 계약서(협약서) 체결 안건이 부결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조합은 오는 12월 관리처분계획인가 총회에 안건을 재상정하면 차질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초과이익환수제를 사실상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한신4지구 재건축 조합은 지난 15일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총회에서 시공사를 GS건설로 최종 선정했다. 롯데건설과 초경합을 펼친 끝에 현장투표에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해 140표 차이로 롯데건설을 누르고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에 선정됐다.

하지만 제1-2호 안건인 '기표한 건설업자와의 협약서 체결 승인' 건은 찬성이 1050표, 반대 271표, 기권 1290표로 과반수 승인을 얻는데 실패했다. 즉 공동사업시행자로는 선정됐지만 협약서 체결은 부결되는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제1-2호 안건 부결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조합원들이 안건에 대한 제대로 된 내용 파악이 안 된 상황에서 표결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이 제안한) 협약서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반대표를 던졌지만 부결될 경우 다시 총회를 열어야 하는 등 초과이익환수제 적용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몰랐던 것이다. 애초 1-2호 안건이 있는지도 모르고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의 손을 들어준 조합원들의 표가 모두 기권 처리됐다는 점도 부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1-2호 안건의 세부 내용이 '투표한 시공사와의 협약서 체결 승인'이기 때문에 롯데건설을 찍은 조합원들의 표는 모두 무효 처리됐다.

1-2호 안건 안이 처음부터 '선정된 시공사와의 협약서 체결 승인' 이었다면 롯데건설을 뽑은 조합원의 표도 무효 처리 되지 않아 쉽게 통과가 됐을 것이다. 투표 문항을 잘못 게재한 탓이다.


조합측도 이런 점들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조합 관계자는 "빠듯한 시간 내에 준비를 하다보니 조합원들에게 충분히 1-2호 안건에 대해 설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추가 안건이 있는지도 모르고 투표를 아예 안한 조합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문구 작성에 대해서도 모호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했다.

조합은 이번 주중에 사업시행인가 승인이 나면 오는 23일부터 약 한 달 동안 조합원 분양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늦어도 오는 12월 28일에는 관리처분계획인가 총회를 열고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12월 29일엔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한다는 게 목표다.

조합은 법률 검토 결과 관리처분계획인가 총회에서 부결된 시공사와의 협약서 체결 안건을 다시 상정하면 일정 추진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GS건설 역시 "시공사 선정 및 협약 체결은 조합원 분양신청 등 사업진행과 별개의 사안"이라면서 관리처분 총회시에 협약서를 체결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김조영 국토 법률 사무소 변호사는 "도정법(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46조에 근거해 조합은 시공자와 계약을 체결해야 조합원 분양신청을 받을 수 있고, 관리처분계획서 작성 역시 가능하다"며 "사업시행자가 조합에서 건설업체와 공동사업시행자로 바뀌기 때문에 협약 체결이 먼저"라고 설명했다. 조합원 분양 신청 전에 총회를 열어 협약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 변호사는 안건 승인을 위해 총회를 다시 열어야 할 경우 물리적으로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