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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엄마가 "밥 먹고 갈래?"…'호의'가 불편해졌다

학부모 "친구 집 가지마라, 무조건 조심" 당부…교사·친구도 못믿는 '불신사회' 심화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입력 : 2017.10.17 06:25|조회 : 711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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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서울 양천구 목동에 거주하는 맞벌이 직장인 윤모씨(39)는 딸 김모양(9)을 최근 크게 혼냈다. 김양이 얼마 전 친구 집에 놀러가서 간식까지 먹고왔기 때문. 앞서 윤씨는 김양에게 "친구네 집에 놀러가지 말고,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식은 먹지 말라"고 당부해둔 터였다. 윤씨는 "어금니 아빠 사건처럼 어린애들을 상대로 한 경악스러운 범죄가 워낙 많아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쉽게 믿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딸 친구를 집에 끌어들여 살해한 '어금니 아빠' 사건으로 학부모들이 자녀 신변 보호에 신경이 곤두선 분위기다. 평소 같으면 '정'(情)이라고 여겼을 지인의 호의마저도 불편하다고 토로한다. 전문가들은 누구를 믿었다가 당할지 몰라 아무도 안믿으려 하는 것이라며 '불신사회'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16일 머니투데이가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20명을 취재한 결과 15명(75%)은 "친구 집에 가지 말라고 자녀에게 당부했다"고 답했다. 나머지 5명도 "친구 집에 놀러가는 건 허락하지만 연락처를 미리 받아둔다", "1시간 넘게 못있게 한다", "직접 데리고 갔다가 데리고 온다" 등 답변을 했다. 이들 20명 모두 "어금니 아빠 사건 이후 무조건 더 조심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희귀병 친구를 돌보려던 '착한 마음'을 이용, 범죄를 저지른 데 대해 학부모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에 "무조건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는 분위기다. 주부 주모씨(42)는 "아들·딸에게 모르는 사람에게도 인사 잘하라고 가르쳤는데, 요즘에는 눈도 마주치지 말고 조심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옛날 같으면 옆집에 놀러가면 그 집 부모도 자기 아이를 보호해줄 것이라 여겼는데, 믿음이 깨진 것"이라며 "이제 부모 눈에 보이지 않으면 아무도 믿지 못한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운 사람'이 된 것은 '어금니 아빠 사건'뿐 아니라 최근 잇따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 영향도 크다.

직장인 서영진씨(45)는 최근 교사의 여고생 성추행 사건을 본 뒤 중학생인 딸에게 "선생님이 단둘이 상담하자고 하거나 괜히 잘 대해주거나 하면 거절하라"고 일렀다. 초등학생 아들을 둔 최미영씨(43)는 "지난 8월 여교사가 초등학생 제자와 성관계를 했다는 기사를 본 뒤 혹시나 싶어 아들의 문자와 카카오톡을 면밀히 살펴봤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부산에서 발생한 여중생 폭행사건 등은 교우 관계에 대한 불신을 불렀다.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주부 오모씨(47)는 "부산 여중생 사건을 보고 딸 친구들 사진을 봤는데 불량해보여서 '놀지 말라'고 잔소리했다가 딸과 싸웠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불신은 '호의'마저도 불편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주부 최윤정씨(38)는 "동네 할아버지가 딸 아이에게 '참 예쁘게 생겼네'라고 하면서 1000원짜리를 주는데 꺼림칙해서 받지 않았다"며 "옛날 같으면 그냥 받고 말았을 텐데 세상이 변했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신사회'가 심화되는 것이라며 관계의 폐쇄성이 짙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예전엔 어떤 사람만 조심하면 된다는 원칙이 있었는데, 이제는 누굴 믿을 수 있을지 구분이 안돼 보수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라며 "안타깝지만 불신사회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기 가족만 챙기고 믿을 수 있는 소수에게 집중되는 등 관계의 폐쇄성이 강화될 소지가 있다"면서도 "사회 봉사활동 등을 통해 낯선 사람과도 관계를 맺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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