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오른다"…옐런 '베팅' 통할까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 경제·금융 전문가 그룹 'G30' 세미나에 참석한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AFPBBNews=뉴스1

글로벌 중앙은행 수장들의 인플레이션 베팅이 과연 통할까.


인플레이션은 돈의 가치가 떨어져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이다. 경기회복기에는 인플레이션 압력, 즉 물가상승률이 오르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요 몇 년간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수수께끼가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중앙은행들의 적극적인 통화부양책 덕분에 경기회복세가 강해졌지만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거나 오히려 더 떨어졌기 때문이다. 물가안정을 목표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중앙은행에는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경기회복세를 보면 금융위기 이후 돈을 푸는 데 집중한 통화완화정책을 접고 통화긴축에 나서야 하지만 부진한 인플레이션 지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한 예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물가지표로 선호하는 근원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 8월 1.3%(전년동기대비)로 물가안정 목표치(2%)를 한참 밑돌았다.

이런 가운데 나온 세계 주요 중앙은행 수장들의 인플레이션 낙관론은 주목할 만하다. 블룸버그는 16일 재닛 옐런 FRB 의장 주도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 등이 인플레이션 가속화 가능성에 베팅했다고 보도했다.


옐런 의장은 전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 경제·금융 전문가 그룹 'G30' 세미나에서 노동시장의 회복세가 더 강해지면서 인플레이션도 내년에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속 강해지고 있는 경제가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정당화한다"며 인플레이션 지표의 부진이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FRB가 오는 12월에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더 커진 것으로 판단했다. CME그룹에 따르면 이날 금리선물시장에서 본 FRB의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81.7%로 한 달 전에 비해 30%포인트 높아졌다.

미국 근원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변동률(전년대비 %)/자료=블룸버그

드라기 총재도 지난 14일 물가상승률이 곧 오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빅토르 콘스탄치오 ECB 부총재는 전날 G30 세미나에서 드라기 총재와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카니 총재는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와 회견에서 영국 경제의 유휴자원(slack)이 바닥나고 있다며 몇 개월 안에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지 모른다고 밝혔다.

중앙은행 수장들의 인플레이션 낙관론에 호아킴 펠스 핌코 세계 경제 고문은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를 장악해온 공포가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가 아직 남아 있다는 지적도 많다. IMF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3.2%에서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3.6%, 3.8%로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선진국의 미약한 인플레이션 탓에 회복세가 완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선진국의 물가상승률이 향후 2년간 1.7%로 주요국의 목표치인 2%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도 전날 G30 세미나에서 "2%의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려면 갈 길이 아직 멀다"며 공격적인 통화완화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