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사회도 '세대교체' 예고

삼성전자의 경영진 세대교체가 예고된 가운데,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도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상황에서, 삼성이 이사회의 역할 및 지원조직을 강화해 경영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는 이달 말 이사회를 열고 3분기 재무제표 및 분기보고서 승인의 건 등을 처리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최근 내년 3월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권오현 부회장(이사회 의장)의 후임자 등 이사회 개편에 대한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통상적으로 분기 확정실적 발표일 아침에 이사회를 열어왔다. 이번 발표 예정일은 오는 31일이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시점을 지난 13일 분기 잠정실적 발표 직후로 잡은 것은 이사회에 숙고할 시간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시 권 부회장은 "조만간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이사진에게 사퇴결심을 전하며 이해를 구할 예정이고 후임자도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이사회에서 당장 권 부회장 후임자 추천 등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이지만, 최소한 이사진간 해당 현안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관측이다.


권 부회장은 이사회 이사 및 의장직을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15일까지 수행하고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 조만간 새로운 이사진 및 의장 선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권 부회장이 '3연임'을 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다른 이사진들의 거취도 주목된다. 김한중, 이병기 이사의 임기도 권 부회장과 같은 날 끝난다. 사내이사들의 경우 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지만, 현실적으로 큰 의미는 없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삼성전자 등기이사 9명 중 '초임'은 이 부회장과 박재완 사외이사 2명에 불과하다. 이들을 제외한 이사진의 재임 기간 평균은 65개월에 달한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이사회의 단순한 멤버 교체 수준이 아닌 전반적인 변화 가능성에 주목한다. 지난해 10월 말 이사회에 합류하며 대대적인 이사회 개편을 예고했던 이재용 부회장이 예상치 못한 사태로 구속되면서 동력을 잃었지만, 이번 경영진 '세대교체'를 기회로 다시 불을 지필 수 있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사회 멤버로서 경영 전면에 나섰던 이 부회장은 이사회가 단순히 상정 안건을 통과시키는 역할만 할 것이 아니라, 주요 경영 안건들에 대해 의견을 내놓고 이에 대해 토론하는 '능동적'인 기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이 부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이번 개편에 '실리' 중심의 그의 경영철학이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올해 초까지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지주사 '엑소르(Exor)'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등 선진 기업들의 이사회 중심 경영에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삼성전자는 이사회 개편을 위한 장치를 이미 마련해 뒀다. 2015년 3월 정기주총에서 정관을 변경하고 이사회 의장의 자격을 '대표이사'에서 '이사'로 확대,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이사회 멤버 교체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이사회 개선안을 내놨다. 발표 당시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사외이사를 1명 이상 선임하겠다고 밝혔으나, 급작스레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무산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박근혜·최순실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지금은 현실적으로 외국인 이사진을 선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러나 기회가 되면 이사회에 글로벌 CEO 출신을 영입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여성 이사 선임 여부도 주목된다. 지난해 3월 정기 주총에서 김은미 사외이사가 임기만료로 퇴임한 이후 삼성전자 이사회는 전원 남성이다. 이 부회장이 이사로 참여했던 엑소르의 경우 사외이사 8명 중 3명이 여성이다.

이사회 지원 조직을 확대·개편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산하 인사팀에는 이사회 운영 및 사외이사 직무수행을 지원하기 위한 직원 5명의 소규모 지원조직이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사회 지원조직을 강화해 기존 미전실의 빈자리를 보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