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고베제강 검사 부정 수십년 된 관행"-니혼게이자이

가와사키 히로야 고베제강 사장 겸 회장(왼쪽)이 지난 12일 일본 경제산업상과의 회의 도중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일본 고베제강의 제품 검사 파행 및 데이터 조작이 수십 년 전부터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폭로가 나왔다. 고베제강이 이미 오래전부터 제품 검사 부정을 알고도 숨겨온 게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고베제강의 일본 내 일부 공장에서 수십 년 전부터 제품 검사 부정이 있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7일 보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고베제강의 일부 일본 공장에서는 이른바 '도쿠사이'(トクサイ·특별채용)라는 은어가 40~50년 전부터 쓰였다. 도쿠사이는 제조과정에서 고객이 요구하는 수준을 밑도는 비표준 제품을 출하하는 것을 말한다. 고객의 양해 없이 공장 자체의 판단으로 잘못된 제품을 납품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부정행위는 이어졌다. 당시 공장장은 물론 제품 검사 담당 임원도 부정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중에는 훗날 고베제강 본사 이사가 된 이도 있다고 한다. 검사 합격증을 위조한 사례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닛케이는 고베제강에서 지난 수십년간 조직적인 조작이 일상이 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파문은 이달 초 미에현 이나베시에 있는 다이안 공장 등 4곳에서 알루미늄·구리 제품의 검사 부정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시작됐다. 고베제강은 당초 알루미늄과 구리를 제외한 다른 제품에는 문제가 없으며 2007년부터 부정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와사키 히로야 고베제강 사장 겸 회장은 지난 13일 회견에서 알루미늄과 구리 외에 주력인 철강을 비롯한 9개 제품군에서도 부정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로써 문제가 된 제품을 납품받은 피해기업이 약 200개에서 500개로 늘었다.

부정행위가 10년이 아닌 수십 전부터 조직적으로 일어났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고베제강은 또다시 신뢰성에 타격을 입게 됐다.

한편 블룸버그는 고베제강이 최근 애널리스트들에게 이번 파문에 따른 고객사의 손실을 책임지겠지만, 문제를 제기한 회사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고베제강은 이 자리에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부동산 자회사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단기 유동성은 문제 될 게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