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전무이상 임원 50% 여성…'女風' 비결은

홈플러스는 지난 13일 임일순 경영지원부문장(COO·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국내 유통업계 최초 여성 전문경영인(CEO)이다. (왼쪽부터)엄승희 홈플러스 상품부문장(부사장),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 최영미 홈플러스 인사부문장(전무). /사진제공=홈플러스

최근 유통업계 최초로 여성 전문경영인(CEO) 승진 인사를 단행한 홈플러스의 여성임원 비율이 일반적인 국내 대기업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저한 능력 위주 인재 영입과 평가로 '유리천장'을 깨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17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부문장급 임원 8명 중 여성임원이 3명으로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전무 이상 고위임원 6명 중 절반인 3명이 여성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13일 국내 기업으로는 드물게 여성 CEO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임일순 신임 대표이사(사장)는 최근까지 홈플러스 경영지원부문장(COO·부사장), 이전에는 재무부문장(CFO)를 지냈다. 김상현 부회장과 함께 지난해 홈플러스의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이끌어낸 성과를 인정받았다.

임 사장은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한 뒤 1986년 모토로라와 컴팩코리아 등 IT 업계에서 근무했다. 1998년부터 코스트코, 바이더웨이, 호주의 엑스고 그룹(Exego Group) 등에서 CFO를 맡으며 재무전문가로 유통업계 경력을 쌓아왔다. 냉철하고 꼼꼼한 경영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직원들과 소통하며 안정된 리더십을 펼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홈플러스는 핵심부서인 상품부문장, 인사부문장도 여성이 맡고 있다. 엄승희 상품부문장(부사장)은 1987년 미국 GE에서 경력을 시작한 이래 30여년간 글로벌 유통기업에서 마케팅, 상품 경험을 쌓아왔다. 2003년부터 최근까지 월마트(Walmart) 미국 본사와 일본 지사에서 상품부문 최고 임원(Senior Vice President)으로 근무하며 다수 성과를 인정받았다. 홈플러스에서는 PB(자체브랜드) 및 GS(해외 직소싱) 상품을 개발하고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영미 인사부문장(전무)은 지난해 8월 홈플러스 입사와 동시에 중책을 맡았다. 그는 지난해 창립 이래 첫 고졸 공개채용 제도를 신설하고 올 1월부터는 비정기적으로 실시해오던 전역 부사관 특별채용을 정기 공개채용 제도로 확대했다. 장애인 일자리 확대 등 취약계층 채용을 강화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홈플러스는 여성 임원 비율이 유통업계는 물론 국내 기업 전반을 통틀어 매우 높은 배경으로 실력과 성과 중심의 인재 채용과 인사 문화를 든다.

홈플러스와 달리 국내 유통 대기업들의 여성 임원 비율은 매우 낮다. 백화점, 마트, 편의점, 슈퍼 등 다수 유통사업을 전개하는 롯데그룹의 경우 전체 임원 400여명 중 여성 임원 수는 21명(4%)에 불과하다. 롯데그룹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10대 그룹은 여성 임원 비중이 2%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여성인력 중요성을 강조하며 "2020년까지 여성임원 비율 30%를 달성하고, 여성 CEO 배출에도 힘써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 여성 임원 비율은 각각 11%, 7% 수준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인사에서 성별을 가리지 않고 공정하게 평가해왔다"며 "경력직이 많은 문화와 실력 위주 평가가 경쟁력이 돼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