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비리 집중 수사…건설업계, 수사 촉각

서울 강남 재건축 수주를 둘러싸고 수사당국의 조사가 본격화하자 업체들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수사 의뢰가 들어오면 성실히 임하겠다면서도 최근 건설업체 전체가 비리의 온상으로 비치는 데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남 4구를 중심으로 재건축사업에 참여하는 대형건설업체들은 최근 불거진 수주 비리 폭로와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아직 수사 협조 요청을 받은 것은 없다”며 “아마 사업장이 대상일 것같은데 정식 수사가 이뤄질 경우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B건설업체 관계자 역시 “진행상황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아직 구체적으로 들은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대형건설업체들은 최근 강남 재건축 수주전의 과열양상과 영업개선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해외시장도 좋지 않고 SOC(사회간접자본)사업 규모도 대폭 줄어들다 보니 강남 재건축 수주 경쟁이 더 치열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대의적 차원에서 이번 기회에 올바른 경쟁문화가 자리잡힐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도 “품질과 원가개선을 통해 조합원과 일반 분양자들에게 이익이 가는 사업에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라 선물공세와 돈봉투 이야기만 난무했다”며 “여론의 따가운 시선과 법적 책임을 묻는 데 대해서는 달리 할 말이 없을 것같다”고 말했다.
　
수주전 과정에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금품·향응제공 등의 불법영업 논란은 지난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시공사 선정 때부터 수면 위로 본격적으로 올라왔다. 이후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수주전에서 조합원 대상 수천만 원의 금품지급 논란이 거세지고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 선정 과정에선 아예 민낯이 공개됐다.
　
수주에 뛰어든 한 건설업체가 자체적으로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면서다. 신고센터 내용에 따르면 경쟁업체는 고가의 청소기와 가방, 현금, 상품권 등을 조합원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업계에선 이와 관련해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C건설업체 관계자는 “재건축 수주전에서 고질적인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온 점이 바람직할 수는 있지만 수주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경쟁사를 폭로하면서 진흙탕 싸움이 된 점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비방과 폭로전보다 건설업체 스스로 자정노력을 보여주는 점이 훨씬 더 바람직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강남 재건축 수주 참여를 검토 중인 한 대형건설업체는 “모든 업체가 그렇다기보다 일부 사업장의 특정 회사 문제일 수도 있다”면서 “비방과 폭로가 난무하고 결국 수사당국이 나서는 모양이 업계 전체를 매도하는 분위기가 돼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대우건설, 롯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25개 중대형 주택건설사들은 서울 논현동 소재 건설회관에서 '도시정비사업 공정경쟁 실천 결의대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과정에서의 공정경쟁을 실천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