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영장 반려에 경찰 "납득 어려워" 반발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배임 혐의를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달 19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경찰이 신청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반려하자 "납득하기 어렵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경찰이 검찰의 보완 수사 지휘에 강하게 반발한 셈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7일 "단순 전달자인 한진그룹 건설부문 고문 김모씨가 구속된 상황에서 주요 실행행위자인 조모 전무와 최종 수혜자인 조양호 회장에 대한 영장이 청구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경찰이 조 회장 등 2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법위반(배임)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을 반려하고 혐의 입증을 위한 보완 수사를 경찰에 지휘했다. 검찰은 조 회장의 범죄 가담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조 회장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자신과 아내 소유의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용 총 70억원 중 30억을 같은 시기에 진행하던 영종도 H2호텔(전 그랜드하얏트인천) 공사비용으로 전가한 혐의를 받는다. 조 전무도 이 사건에 개입한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올해 5월부터 배임 의혹을 포착해 수사한 경찰은 검찰의 이번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그동안 이철성 경찰청장도 기자간담회 등에서 혐의 입증에 무리가 없다고 밝혀왔을 정도로 경찰이 자신 있어 하던 수사다.

특수수사과 관계자는 "한 사람(조 전무)은 (혐의를) 시인한다고, 또 한 사람(조 회장)은 객관적 정황으로 사실이 뒷받침 되지만 혐의를 부인한다고 영장 신청을 각각 반려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조 회장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16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으면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 기록을 돌려 받은 후 (수사)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조 회장의 배우자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이 최근 들어 줄줄이 경찰의 주요 사건에 대해 영장 신청을 반려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앞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졸음운전으로 7중 추돌 사고를 낸 버스기사 소속 업체 대표, 군인공제회 '930억원 배임' 사건 관련 A이사 등 피의자 10명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역시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