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합병 외압' 문형표·홍완선 2심도 7년 구형…내달 선고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뉴스1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 표를 던지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61)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61)의 항소심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두 사람에 대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17일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이재영) 심리로 열린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국정농단 핵심"이라며 1심에서 구형한 대로 두 사람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은 "증거들이 보여주는 것은 합병 찬성이라는 방향성과 목적을 제외하고는 해석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행동들"이라고 밝혔다. 문 전 장관에 대해 특검은 "메르스 징계 회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직 보장 등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홍 전 본부장에 대해선 "국민연금은 약 2100만명이 가입된 기금으로 홍 전 본부장은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훼손을 막아야 함에도 책무를 저버렸다"고 했다.

문 전 장관은 최후진술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문 전 장관은 "1심 재판에서 삼성물산 합병 건을 성사키기로 마음을 먹고 직권을 남용했다는 판결을 받았다"며 "이는 제가 인지한 사실과 너무나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복지부의 모든 역량은 메르스 사태에 집중돼 있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일한 지시는 메르스 사태를 빨리 종식시켜달라는 것이었다"며 "누구로부터도 합병 관련 지시나 부탁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문 전 장관은 "특검은 제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직을 욕심내서 합병 건에 부당 개입했다고 하는데 죄송하지만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며 "이사장직은 차관급으로 장관이 (이 자리에) 가는 게 영전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최고의 연금전문가로 인정해준 건 영광이었고 감사의 마음으로 기대에 맞춰 최선을 다한 것"이라며 "저는 삼성 합병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울먹였다.


문 전 장관은 마지막으로 "저는 연금이 초고령 사회에서 국가의 백년대계라 생각하고 제도를 연구하고 개선하고 개혁에 앞장섰다. 대한민국의 누구보다 연금을 사랑한다고 자부해 왔다"며 "제가 공단에 치명적인 해악을 끼쳤다고 심판받게 된 것은 제가 평생동안 쌓아온 공든 탑과 학자의 명예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홍 전 본부장도 "(삼성물산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조작했다는 부분에 대해 말하자면 검찰에서도 진술했지만 시너지 효과는 합병비율과 관계없다"며 "합병 비율이 어떻든 시너지 효과는 똑같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작할 필요가 없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이어 "합병이 성사되는 편이 유리하다는 자료 외에 다른 자료는 본 적이 없다"며 "만약 (국민연금이 합병을) 반대했다면 전형적 헤지펀드인 엘리엇에 국고를 몰아주는 제2의 이완용이 아니냐며 처벌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은 옛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문 전 장관은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전문위에서 국민연금의 의사가 결정돼야 함에도 내부 투자위에서 안건이 다뤄지도록 영향력을 쓴 혐의를 받았다. 홍 전 본부장은 투자위 위원들에게 합병 찬성을 지시하고 합병 시너지 효과를 조작한 혐의를 받았다.

두 사람은 합병 비율이 국민연금에 불리하게 산정돼 있음을 알면서도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은 최소 1388억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1심에서 두 사람은 각각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다음달 14일 오전 10시 선고공판을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