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회적경제'에서 일자리 금맥 캔다

한국택시협동조합 조합원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 서울 마포구 중동에 있는 한국택시협동조합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서기운수라는 택시회사를 택시기사들이 인수해 지난해 11월 출범한 곳이다. 이곳 택시기사들의 월급은 평균 250만원 수준이다. 일반 택시회사 기사들의 평균 월급 150만원의 1.7배에 달한다. 일반 택시회사는 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5% 정도인데, 한국택시협동조합은 약 65%다.

이곳은 택시 서비스 질을 악화시키고 기사들을 저임금에 시달리게 하는 사납금이 없다. 기사들은 운송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고 운전자는 기본 급여와 잉여배당금을 받는다. 한국택시협동조합이 택시기사들이 출자금을 내 설립한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소속된 택시 기사도 과거 서기운수 때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정부가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등 공동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경제조직을 주축으로 하는 '사회적경제'를 '새로운 일자리의 보고'라고 규정하고 활성화를 적극 돕기로 했다.

◇'일자리 '양'과 '질' 두마리 토끼 잡는 사회적경제

정부는 1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서울 성수동에 있는 소설벤처(사회적경제 창업기업) 협업 공간인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제3차 일자리위원회에서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회적경제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사회적경제란 구성원간 협력과 자조를 바탕으로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고 판매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민간의 모든 경제적 활동을 뜻한다. 개별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영농조합법인 농·어업회사법인, 사회복지법인, 자활센터 등이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적경제기업' 범위에 포함된다.

정부는 이들 사회적 경제 기업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사회문제 해결, 사회적 가치 확산의 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적극 활성화할 계획이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사회적경제 기업인 협동조합의 산출액 10억원당 유발되는 취업자 수는 38.2 명이다. 전체 산업 12.9 명의 3배 정도다. 또 한국택시협동조합의 경우처럼 일반 기업에 비해 근로일수 대비 수입도 많은 편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 등록 후 3년간 유지되는 비율이 99.2%인 반면 일반 기업은 창업 후 3년 뒤에는 38.2%만 살아남는 등 고용 안정성도 높다. 일자리의 '양'과 '질'을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사회적경제를 통해 지역별로 보건·문화예술 등 맞춤형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고,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원활하다. 지역의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하고 다양한 고용형태를 적용할 수 있어 창업 리스크도 낮은 편이다.

유럽연합(EU)은 사회적경제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담당하며, 2015년 현재 고용 비중은 6.5% 정도다. 한국은 사회적경제가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고, 고용 비중도 1.4%에 불과해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가 사회적경제 기업,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 확대

이번 대책에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금융 지원부터 판로 확대, 인력 양성까지 다양한 지원책이 들어가 있다.

정부는 우선 신용보증기금에 사회적경제 지원 계정을 신설해 향후 5년간 최대 5000억원까지 보증 공금이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보증 지원 한도는 기존 1억원에서 3억원까지 확대하고 보증 대상도 기존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에서 마을기업, 자활기업까지 확대된다.

또 정책자금 내에 사회적경제기업 총액 대출 목표를 신설하고 금액은 올해 230억원에서 내년 400억원으로 확대한다.

모태펀드 등 사회적경제기업 전용 투자 펀드 규모도 확대된다. 성장사다리펀드 내에 가칭 사회적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규모는 올해 300억원에서 2022년에는 최대 1000억원까지 늘어난다. 고용부 모태펀드는 내년 예산안에 100억원이 들어가 있는데 2019년 이후 추가 반영하기로 했다. 펀드 자금은 사회적경제기업이 주도하는 사업을 지원하거나 영리기업을 사회적경제기업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에 투자된다. 모태펀드에서 출자해 소설벤처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1000억원 규모의 '임팩트(Impact) 투자 펀드'를 내년에 신설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신용협동조합법과 개정해 조합원, 비조합원에 대한 출자를 허용하고 협동조합기본법에 협동조합 투자조합원제도를 명시하는 등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출자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가 먼저 나서 사회적기업이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할 계획이다. 공공조달 심사 기준에 '사회적기준' 가점을 1점에서 2점으로 상향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가점을 확대하고 수의계약제도도 신설한다. 공기업이 사회적경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면 경영평가에도 반영된다. TV 홈쇼핑 기획전 등을 통해 민간에서도 사회적기업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유도할 계획이다.

◇ 정부 컨트롤타워 '사회적경제발전위원회' 추진

정부는 초·중·고 교육과정에 사회적경제 교육을 확대하고 지역에 학습 공동체를 지원하는 등 사회적경제 교육 기반 마련에도 나서기로 했다. 대학에도 사회적기업 리더 과정이나 평생교육 프로그램 등 전문 인력 양성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밖에 창업 인큐베이팅 공간인 '소셜캠퍼스 온(溫)'을 올해 3 곳에서 내년 6개소, 2019년 9개소로 늘리고, 청년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 지원 대상도 현재 500개에서 향후 800개 팀으로 늘리는 등 사회적경제 기업 창업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이처럼 사회적경제를 지원할 근거를 담은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 △사회적경제 기본법 △사회적 경제기업 제품의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한편 향후 상회적경제 육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사회적경제발전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