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준 벤처협회장 "대기업 참여형 벤처생태계 '팀 코리아' 제안"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사진=홍봉진 기자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이 1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제3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민간 벤처기업계를 대표해 한국형 혁신생태계인 '팀 코리아(Team Korea)'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일자리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안 회장은 문재인 정부 일자리창출의 한 축인 벤처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어서 이날 그의 제안이 정부 정책방향에 상당부문 녹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안 회장은 회의에 앞서 머니투데이와 통화를 통해 "우리 경제구조가 대기업 중심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들이 벤처생태계와 화학적 융합을 해야 혁신성장이 이뤄진다"며 "대기업의 자본과 벤처기업의 혁신이 융합하는 혁신생태계 조성을 대통령께 제안한다"고 밝혔다. 안 회장이 제안한 팀코리아 프로젝트는 대기업 사내벤처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대기업의 자금·인프라를 벤처시장에 유입될 수 있도록 벤처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안이다.


그는 "벤처생태계는 독창적인 기술과 도전의 DNA, 그리고 유연성과 스피드를 갖춘 기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인수합병(M&A) 시장 부재, 시장 창출능력과 글로벌 시장 주도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반면 대기업은 시장 창출능력과 자본력, 글로벌 시장경쟁력은 있지만 내부 혁신역량이 한계가 있고 전통적인 주력 산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애로가 있다"고 평가했다.

현행 제도상 벤처기업이 대기업에 인수·합병되면 그동안 조달시장 공공구매 입찰자격이 박탈되고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수출·판로·세제지원 혜택에서 제외된다. 또 인수합병된 벤처기업은 대기업 계열사나 관계사로 분류돼 각종 규제를 받게 된다. 벤처기업 M&A에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다. 안 회장은 대기업에 인수된 벤처기업에 대해 현행 7년의 벤처지위 유예기간을 완전히 풀어주고, 대기업 사내벤처도 정부 벤처지원 범주에 포함시켜야 민간자본 유입이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기업이 우수 벤처기업을 제값에 인수하는 '훌륭한 구매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길을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회장은 "대기업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벤처기업은 비즈니스 파트너로 대우받지 못하고 기술을 모방·탈취당하거나 인력을 뺏기는 존재였다"며 "우리 경제가 성숙의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선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공정한 시장의 법칙 안에서 활발한 M&A가 일어날 수 있도록 대기업을 유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안 회장은 '혁신 벤처생태계를 위한 추진 과제로 △규제 개혁 △우수 인재 유입 △가벼운 창업환경조성 △창업안전망 작동 △투자시장 고도화 △중견벤처 scale-up △회수시장 실질적 작동 △글로벌화 전략 △대기업생태계 협력 △공정거래 확립 △생태계 세제개편 △기술창업 활성화 등 12가지를 언급했다.

안 회장은 "정부는 한 발 물러서서 공정한 시장을 지키고 규제를 개혁하는 역할만 해준다면 '팀 코리아'는 혁신성장의 새로운 대안이자 좋은일자리 200만개를 책임지는 우리 경제의 든든한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자리위원회는 안 회장이 대표로 발표한 제언을 10월 중 발표할 '혁신창업 종합대책' 에도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달 안으로 발표할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과 관련해 "민간 부분인 우수 인재가 창업하고 정부를 비롯한 사회 전체가 이를 뒷받침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