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모간스탠리, 트레이딩 대신 대출로 실적 호조

월스트리트의 대표적인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가 나란히 예상을 웃돈 분기 실적을 거뒀다. 다만 이들 은행은 기존 핵심 업무인 트레이딩 사업에선 부진을 이어갔고 대신 대출 사업 등으로 이를 만회했다.


17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가 각각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결과 두 은행의 순이익 모두 업계 전망을 웃돌았다. 골드만삭스의 주당 순이익은 5.02달러로 전년동기 4.99달러와 업계 전망 4.17달러를 모두 상회했다. 매출액도 83억 달러(약 9조4000억 원)로 시장 전망치 75억 달러를 넘어섰다. 모간스탠리 역시 주당 순이익이 93센트로 업계 전망치 82센트를 뛰어넘었고, 매출액이 92억 달러로 전망치 90억 달러보다 많았다.

두 은행 모두 부진한 트레이딩 사업 실적을 대출 등에서 만회했다는 점이 주목됐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지금까지 채권외환상품(FICC) 트레이딩 부문이 전체 수익의 근간을 차지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시장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채권 트레이딩 등 기존 주 수익창출원이 약화됐다. 골드만삭스는 상장한 1999년 이후 원자재 트레이딩에서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더 깐깐해진 규제와 전자거래 강화도 트레이딩 사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자 이들 은행은 기업 및 개인대출과 자산관리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비핵심업무였던 분야를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트레이딩 사업은 실적의 변동이 큰 반면 이자수익을 만들어 내는 대출 사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두 은행이 유니버설뱅크인 JP모간체이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 등을 따라 가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금과 대출업무 등 전통적인 은행 업무를 겸업해 수익 구조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분기 골드만삭스는 FICC 트레이딩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5억1200만 달러 줄었지만, 같은 기간 투자 및 대출 사업 매출액이 4억8500만 달러 늘어나 이를 상쇄했다. 골드만삭스의 마티 차베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수익의 상당분이 사모펀드 투자에서 발생했지만 대출 또한 핵심 매출원"이라고 밝혔다.

모간스탠리도 대출을 늘렸다. 모간스탠리의 9월말 기준 대출잔액은 1130억 달러로 2분기 말 대비 5% 늘어났다. 이는 시장이 전망한 1070억 달러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웰스매니지먼트 사업도 견고한 실적을 견인했다. 투자 자문 및 은퇴, 부동산 자문 등을 담당하는 이 부서는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전년동기대비 9.5%, 24% 늘었다. 웰스매니지먼트 사업부의 매출액은 모간스탠리 총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고, 총 순이익의 40%를 창출했다.

대출과 자산관리를 강화하는 전략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차베스 CFO는 "대출이 미래 사업의 큰 초점"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투자설명회에서 3년간 연간 수익을 50억 달러씩 늘릴 것이며, 이 가운데 20억 달러를 대출로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