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이어 삼성도…'자택공사 비리 혐의' 수사 속도

8월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일가 자택관리 사무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경찰이 관련 자료를 확보해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사진=이동우 기자

경찰이 삼성물산 본사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대기업 회장 자택공사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한진에 이어 삼성을 대상으로도 날을 바짝 세운 모양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8일 오전 9시부터 경기 성남시 분당 알파돔시티에 삼성물산(주) 건설부문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 자택을 관리하는데 리모델링과 하자보수 명목의 공사를 진행하며 수십억원의 공사비를 회삿돈으로 낸 혐의를 받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삼성 측 압수수색은 두 번째다. 8월에도 서울 한남동 회장일가 자택 관리사무소를 업무상횡령과 조세범처벌법위반(세금계산서 미발급)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2008년 10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이건희 삼성 회장 등 삼성 일가 소유의 주택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A인테리어 회사에게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말라고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또 차명계좌를 통해 발행한 수표 등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한 혐의다.

당시 삼성 관계자 1명이 사무실에 파견 나온 상황이었고 삼성물산 소속 법무팀 관계자가 현장에 나와 대응했다. 삼성물산은 공사비가 모두 이 회장 개인 돈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압수 자료를 검토하면서 경찰은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 자료를 보고 관련자를 소환 조사해 혐의점을 명확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11월까지는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삼성과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진에 대한 추가 수사도 적극 진행할 계획이다. 전날 검찰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모 전무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반려하자 경찰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수사에 한 차례 제동이 걸렸는데도 이튿날 바로 삼성 수사에 박차를 가한 셈이다.

경찰은 검찰의 영장 신청 반려에 단순 전달자인 한진그룹 건설부문 고문 김모씨가 특정경제범죄법위반(배임) 혐의로 구속된 상황임을 강조하며 반론을 제기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주요 실행행위자인 조모 전무와 최종 수혜자인 조양호 회장에 대한 영장을 검찰이 청구 안 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영장청구권은 검찰이 독점하고 있어 경찰이 신청하더라도 검찰이 반려하면 방법이 없다.

조 회장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자신과 아내 소유의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용 총 70억원 중 30억을 같은 시기에 진행하던 영종도 H2호텔(전 그랜드하얏트인천) 공사비용으로 전가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