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현준 전 靑행정관 "보수단체 지원, 형사처벌 대상 아니다"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 사진=뉴스1

보수단체 지원명단(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이 18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 "보수단체 지원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허 전 행정관은 이날 오전 10시15분쯤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해 "대기업을 동원한 보수단체 지원은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낙선운동 혐의를 인정했다는 말이 있었는데 입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허 전 행정관은 "아니다. 낙선운동에 관여한 바 없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임의적인 보도"라고 대답했다.

허 전 행정관은 "대통령 지시로 한 일이 아니라는 입장인가"라는 질문에는 "대통령 지시 여부는 제가 알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취재진이 "(청와대) 비서관 지시도 없었나"라고 묻자 허 전 행정관은 "비서관과 같이 했다"며 "사실 여부에 대해 검찰에서 다 진술했다"고 했다.

또 취재진이 "영장심사에서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소명할 생각인가"라고 묻자 허 전 행정관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통한 보수단체 지원 여부에 대해 검찰 조사 이전에도 공개적으로 글과 언론을 통해서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며 "다만 공직선거법과 관련한 검찰의 영장청구 내용은 사실과 달라 부인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허 전 행정관은 "보수단체 지원의 핵심 실무자로 활동했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가"라는 물음에 "제가 책임지고 했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라며 "부인하지 않겠다"고 하고 법정으로 향했다.

허 전 행정관의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오민석 영장전담부장판사 심리로 진행 중이다.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나 다음날 새벽쯤 결정될 전망이다.

검찰은 허 전 행정관의 영장 청구서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시했다. 검찰은 허 전 행정관이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대기업과 전경련 등에 친정부 시위를 주도하던 보수 성향 단체들에 지원금을 내도록 요구하는 과정에 깊숙히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당시 야당 소속 의원들을 낙선시키려는 시민단체 활동에 관여했다는 혐의도 있다.

허 전 행정관은 청와대 근무 이전 뉴라이트 계열 보수매체인 '시대정신' 사무국장을 지냈다. 시대정신은 박근혜정부 시절 왕성하게 활동한 대표적 보수매체로 올해 갑자기 재정난을 이유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갔다. 검찰은 지난달 '시대정신' 등 10여개 민간단체 사무실과 주요 관련자 자택을 압수수색해 관련자들의 PC와 외장하드, 장부 등을 확보, 이들 단체들의 자금 집행 내역과 그 수입 사이의 연관관계를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