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살 맞은 경찰, 유례없는 대변신중…과제는?

이철성 경찰청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대국민 중간보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경찰의 날 72주년(21일)을 앞둔 경찰 최대의 화두는 '인권경찰로 개혁'이다. 소위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맞춰 유례없는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인권경찰은 국정과제인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경찰개혁위원회 출범 등 자체 노력을 추진하고 있지만 길이 순탄치는 않다. 조직 내부 성 비위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지휘부 내 갈등까지 표출돼 청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는 불명예스러운 장면도 펼쳐졌다. 최근 일명 '어금니 아빠'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했다는 여론의 질타도 쏟아져 국민적 불신도 커졌다.


◇ 72주년 경찰의 날 맞아 '인권 경찰' 개혁 다짐

경찰청은 19일 '경찰개혁위원회 대국민 중간보고회'를 열었다. 지난 4개월간 경찰이 추진해온 개혁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자리였다.

6월 16일 개혁위 출범식은 이철성 경찰청장이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 대해 첫 공식 사과를 한 날이었다. 경찰은 이를 시작으로 집회·시위 현장에 살수차와 차벽을 원칙적으로 배치하지 않는 등 대응 기조를 빠르게 변경했다. 또 백씨 유족 측이 제기한 국가 대상 손해배상 소속에서 국가 청구인낙서을 제출하는 안도 최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청구인낙서는 피고가 원고의 청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겠단 의미로 제출하는 문서다. 그동안 경찰 관련 소송에서 제출된 사례는 없었다.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도 출범했다. 지난달 운영을 시작한 진상조사위는 경찰의 경비·수사·정보수집 등 경찰권 행사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거나 의심되는 사건,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 등을 선정해 진상조사를 진행한다.

우선 조사 대상으로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사건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사건 △평택 쌍용자동차 파업 사건 △용산 철거현장 화재 사건 등을 선정했다. 정치적 사안과 연결된 사건들이 포함돼 이번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앞으로 경찰은 자치경찰제 도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19일 자치분과 소속 양영철 위원(제주대 행정학과 교수)은 "전국 시도에 자치경찰본부 등 조직을 신설하되 시군구와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향 등으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 권고안을 마련 중"이라며 다음 달 발표를 예고했다.

◇ 연이은 성 비위 사건, 지휘부 갈등, 사건 대응조치 불신도

경찰의 개혁 추진에 흠집이 나는 일도 적잖다. 최근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에서는 초동수사가 문제가 됐다.

부모의 실종신고에도 초기 정보수집과 수색을 제대로 하지 않아 결국 여중생이 살해당한 사건으로 부실한 실종신고 대처에 비판이 쏟아졌다. 경찰이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가져올 능력이 되는가라는 목소리마저 나왔다.

연이어 터진 경찰관 성비위 사건은 경찰 윤리성에 타격을 줬다. 경찰청은 지난달 강간 등 중대한 성 비위 사건을 일으킨 경찰관에 대해 최소 해임 이상 징계를 내리기로 하는 등 대책을 세웠지만 이후에도 경찰관 성범죄는 계속 터졌다.

앞서 올여름에는 이른바 '광주 민주화성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논란'도 경찰 조직을 강타했다.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치안감)이 지난해 말 광주지방경찰청장 재직 당시 광주청 공식 SNS의 게시글(촛불집회 관련 시민 안전 안내문에 광주를 '민주화 성지'로 표현)을 이철성 청장 지시를 받고 하루 만에 삭제토록 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논란이 시작됐다.

진실공방이 확대되자 결국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당시 김 장관은 수사권 조정이라는 큰 과제를 앞두고 자중해야 한다며 갈등을 봉합했다.

인권이라는 가치에 집중하다 보니 자칫 엄중한 공권력 집행이라는 경찰 본연의 업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안팎에서 나온다. 불법집회나 폭력시위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피의자 인권 확보에 신경 쓰다 신속한 수사가 방해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권경찰 개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경찰의 날을 맞아 다시 한번 경찰에 주어진 시대적 과제를 되새겨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