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탁기 '세이프가드' D-1…조성진 "월풀 주장 사실과 달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가 자국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미치고 있다'고 판정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세탁기./사진제공=뉴스1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구제조치 공청회'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와 LG전자 (92,200원 ▼600 -0.65%)가 막판 뒤집기에 나섰다. 세이프가드 청원 당사자인 월풀은 ITC(국제무역위원회)에 국내 양대 제조사의 세탁기는 물론, 부품에도 50%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등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은 월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월풀은 19일(현지시간) 열리는 세이프가드 구제조치 공청회에 앞서 진행된 '사전 브리핑'(Pre-hearing Briefing)을 통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에 3년 동안 50%의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ITC에 제안했다.

ITC가 5일 위원 4명의 만장일치로 "삼성전자와 LG전자로 인해 자국 제조업이 막대한 피해나 위협을 받고 있다"는 판정을 내릴 당시만 해도 세탁기만 대상이었지만, 월풀은 이제 부품에도 50%에 달하는 관세가 붙어야 하는 조건과 함께 부품 수입에도 할당량까지 걸었다.

국내 가전업계에서는 월풀의 이런 논리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력을 완전히 약화시키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품에까지 관세 50%를 추가하고 할당량까지 제시한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면서 "비상식적이 수준"이라고 말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도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1회 국가생산성대회' 시상식에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월풀이 'LG전자 세탁기가 미국에서 잘 팔리는 이유가 가격이 싸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조 부회장은 "실제 데이터를 보면 (LG전자는) 중위가격 이상의 제품만 팔고 있다"며 "그 이하 가격 제품은 팔지 않고 있어 (월풀의 주장이 사실과 달라) 그런 부분을 (공청회에서) 많이 어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LG전자(테네시주)는 신규 가전 공장이 건설되는 지역의 주정부 인사를 연계해 공청회에 대응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이프가드를 전격 발동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하지 않고,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의 생산공장이 있는 태국과 베트남 정부를 설득해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2011년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 등을 부과했지만, WTO는 국내 제조사의 손을 들어준 사례가 있다"며 "업계에서는 세이프가드 발동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그렇다고 쉽게 예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북미 법인 임원이 이번 ITC 공청회에 참석한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협력심의관, 외교부 양자경제외교심의관 등 정부 인사도 18일 출국했다.

LG전자 대표이사 CEO 조성진(趙成珍) 부회장이 18일 한국생산성본부 주관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1회 국가생산성대회’에서 기업인 최고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조성진 부회장이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훈장을 수여받고 있다/사진제공=LG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