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재판 못나간다" 사유서 제출…재판 표류 위기

박근혜 전 대통령 / 사진=홍봉진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결국 '재판 불출석'을 선언했다. 이미 '변호인단 총사퇴'를 통해 '재판 보이콧'을 시사하면서 예고됐던 터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나오지 않을 경우 국선 변호인 선임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재판이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 오후 본인이 수감돼 있는 서울구치소에 "건강상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 할 것"이라는 내용의 사유서를 제출했다. 구치소는 당일 이 사유서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에 팩스로 발송했다.


지난 16일 본인에 대한 구속영장 추가발부가 결정된 이후 첫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은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 의미가 없다"며 '변호인단 총사퇴' 카드를 던졌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강요,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 징역 3년형 이상을 선고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있어 반드시 변호인이 있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 별도의 사선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는 한 재판부는 직권으로 국선 변호사를 지정해야 한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사선 변호사를 별도로 선임할지 여부에 대해 박 전 대통령 본인의 의사를 확인한 뒤 국선 변호사 선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이에 대한 논의 자체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국선 변호사를 직권으로 지정하더라도 내부 인선 작업을 거쳤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확인된 게 없다"고 말했다.


국선 변호사가 선임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이 변호인 접견을 거부하거나 국선 변호인 교체를 요구하면서 시간을 끌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추가로 발부된 구속영장의 효력이 유지되는 최장 6개월간 재판을 지연시켜 이후 석방된 상태로 재판을 받으려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이 앞으로도 계속 건강상 이유를 들어 재판 출석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영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컨설팅 업체 'MH그룹'을 통해 인권 변호사를 선임하고 유엔 등 국제기구에 "건강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고령의 여성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기간 연장은 인권 침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내는 등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박 전 대통령이 출석을 거부한다고 재판을 진행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재판 출석을 거부하는 등 경우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박 전 대통령은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가 크게 줄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이 역시 자신을 '정치적 탄압의 희생양'으로 포장하는 구실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