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추명호 前국장 수사의뢰…우병우 사정권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 /사진=뉴스1

최순실씨가 연루된 국정농단 사태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도 정식 보고하지 않고 민간인과 공무원 사찰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장에 대해 국정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추 전 국장은 박근혜정부 시절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비선보고'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 우 전 수석이 관련 지시를 내린 사실이 확인될 경우 우 전 수석에게 추가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9일 검찰 등에 따르면 국정원은 전날 추 전 국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은 국정원에서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지난 16일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추 전 국장의 직권남용 및 비선보고 의혹 등과 관련한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검찰 수사의뢰를 권고했다. 개혁위에 따르면 추 전 국장은 박근혜정부 시절 우 전 수석 등에게 각종 동향 관련 비선 보고를 하는 등 밀접한 관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원은 추 전 국장 부임한 2014년 8월 이후 최순실·미르재단 등과 관련한 170건의 첩보를 작성했다. 그러나 추 전 국장은 추가 첩보 수집을 지시하거나 국정원장에게 정식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국정원이 수집한 최순실·미르재단 관련 첩보는 △정윤회는 깃털에 불과하며 실세는 정윤회의 전처 최순실이라는 설 확산 △윤전추 행정관은 최순실의 개인 트레이너 출신으로 행정관에 임명 △박 대통령과 인연이 없던 우병우 수석이 최순실·김기춘을 통해 민정비서관으로 입성 등이다.

추 전 국장은 직권을 남용해 민간인·공무원을 사찰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말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처가 부동산 넥슨 매각' 등의 혐의가 언론에 보도된 후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감찰에 착수하자 추 전 국장은 부하직원에게 이 전 특별감찰관의 친교인물 등에 대한 동향수집을 지시, 보고받은 내용을 우 전 수석에게 2회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 전 수석에게 이뤄진 보고에는 이 감찰관과 법조인 출신 의원과의 친분관계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고 특별감찰관의 조사기간을 연장하는 시간벌기를 통해 야당의 공세타이밍을 분산시키는 전략적 대응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식의 의견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추 전 국장은 또 지난해 6월 소속 처장에게 우리은행장의 비리 첩보를 집중 수집할 것을 지시하고, 관련 내용을 우 전 수석에게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과 문체부 간부 8명의 부정적인 평판을 담은 세평 보고서 등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검찰은 앞서 이명박정부 시절 '반값 등록금'을 주장한 야권 정치인을 비판하고 정부비판 성향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운영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추 전 국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추 전 국장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또는 다음날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