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강공'… "세탁기 세이프가드, 美 경제에 악영향"

LG전자 세탁기를 둘러보고 있는 해외 소비자들 모습/사진=머니투데이 DB

"월풀이 주장한 고율관세 부과는 시장을 붕괴시키고 미국 내 투자를 약화시킬 수 있다. 미국 현지 고용자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부디 고려해 달라"(랄프 노만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연방 하원의원)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와 LG전자 (91,200원 ▼1,400 -1.51%)가 미국에서 한국 세탁기에 대해 과도한 수입규제가 적용될 경우 현지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피력했다. 특히 양사 모두 미국에 가전공장을 짓고 있는 상황에서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부각했으며 이런 이유로 현지 일부 정치인들도 양사를 지지했다.

2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주관한 대형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구제조치 공청회가 열렸다. 지난 5일 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로 인해 미국 제조업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판정을 내린데 따라 수입규제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단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한국에서 생산되는 품목은 제외됐다.

제소자인 월풀 측은 태국과 베트남 등에서 생산 중인 한국 세탁기 및 부품에 대해 최대 50%의 고율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현재 무관세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이같은 고율관세를 매기면 가격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미칠 것이란 설명이다. 이는 곧 미국 내 소비자 선택권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공청회에서 무엇보다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가 미국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2차 공청회에 참석한 랄프 노만(Ralph Norman) 하원의원은 공청회에 참석해 "삼성전자는 올해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약 3억8000만달러(USD)를 투자해 공장 시설을 짓고 2018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것이라 발표했다"며 "이는 현재의 두 배 이상 수준인 1000명의 고용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소비자 수요를 맞추는데 필요한 세탁기를 2018년까지 들여올 수 없다면 물량 주문을 잃게될 것이고 이는 다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생산되는 모델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높아진 가격과 줄어든 제품 주문은 결국 현지 고용 유발도 낮추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삼성전자는 이미 전역에 걸쳐 1만8500명의 고용을 창출 중인 미국 제조업의 한 축"이라며 "이번 조치는 미국에의 잠재적 투자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시그널을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LG전자도 미국 테네시주에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세탁기 공장을 건립중인 것과 관련 세이프가드 적용은 부당하다는 사실을 피력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공장 완공 후 고용 인원은 600명 이상으로 일자리 창출, 세금 납부, 현지 부품 조달 등은 물론 연관 산업 파급 효과들이 이어져 현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라며 "세이프가드로 인해 한국기업의 미국 내 기반이 약해진다면 결과적으로 현재 건설 중인 현지 공장의 정상적 가동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는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협력국심의관, 외교부 수입규제대책반장 등 산업부와 외교부 관련 담당자, 삼성전자, LG전자 북미 법인 임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우리 정부는 월풀 측이 주장하는 50%의 고율관세는 '심각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에 한해 구제조치를 채택할 것'을 규정한 WTO(세계무역기구) 세이프가드 협정에 위반된다는 점을 부각했다.

ITC는 다음달 21일 구제조치 판정을 내린 뒤 이를 12월 4일 미국 대통령에 보고한다.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후 60일 이내 구제조치를 결정·시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