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부터 허리까지…朴 전대통령의 네번째 불출석

박근혜 전 대통령/사진=홍봉진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공판에 불참했다. 지난 4월 17일 구속 기소된 후 네번째 불출석이다.

박 전 대통령은 13일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열린 16일 공판에서 추가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해 '재판 거부'를 선언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또 다시 구속이 필요하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헌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앞으로의 재판 거부 의사를 밝혔다.


같은 날 유영하 변호사를 포함한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 7명도 구속영장 재발부에 반발해 전원 사퇴의사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 '더이상 반론이 무의미' 등 재판부의 공정성을 의심하며 재판 거부를 선언했지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지난 7월부터 수차례 재판에 불출석하며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것이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가락 부상·허리통증 이유로 재판 불출석

박근혜 전 대통령이 7월 28일 발가락 치료를 위해 서울 성모 병원을 찾아 이불에 둘둘 싸인채 침대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스1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불출석은 7월 10일부터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왼쪽 네 번째 발가락을 문지방에 찧어 걷는데 통증이 있고 밤에 잠도 잘 못잔다며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자신의 재판에 불출석했다. 같은 달 10일 첫 불출석 후 11일과 13일 연속 발가락 부상을 이유로 본인의 재판에 연달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시 박 전 대통령 측은 14일에도 재판에 불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재판부가 구치소로부터 전달받은 박 전 대통령의 의료 소견서를 검토한 결과 "출석을 하지 못할 정도로 거동이 곤란한 정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출석을 계속 거부하면 관련 법령에 따라 출석을 조치할 수 밖에 없다"고 강제구인을 경고하자 14일 공판에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14일 공판에 출석하며 교도관 2명의 부축을 받고 느린 걸음으로 절뚝거리며 법정에 들어섰다. 또 평소 신었던 굽이 낮은 구두 대신 굽 없는 검은색 샌들형 신발을 신었다.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재판에 불출석했던 박 전 대통령은 7월 28일 외부로 나가 서울 성모병원에서 발가락 진료를 받기도 했고, 한 달 만인 8월30일엔 매주 네번 씩 재판을 받다보니 입소 전부터 있었던 허리 통증이 심해졌다며 또 한번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증인신문도 거부…친필로 불출석 사유서 쓰기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8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허리 통증으로 구치소를 나와 진료 받은후 휠체어를 타고 나서고 있다. /사진=YTN 캡처

한편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판뿐만 아니라 증인신문에도 여러번 불참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건강 상의 이유로 재판부의 구인장 집행을 거부했다.

7월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도 증인출석하지 않았다. 같은 달 19일과 8월 2일 열린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는 구인장을 집행하려 특검이 구치소를 방문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친필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구인장 집행을 거부한 바 있다.

형사소송법상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재판부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또는 강제구인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 그러나 증인이 구인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제재할 수 있는 별도의 규정은 없다.

박 전 대통령은 이달 13일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구속기간이 내년 4월 16일 자정까지 연장됐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검찰이 청구한 '롯데와 SK 관련 수뢰 혐의'로 박 전 대통령에 추가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뇌물 수수등 18개 혐의로 기소됐던 박 전 대통령은 이번 추가 구속영장 발부로 혐의가 하나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