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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화살을 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웰빙에세이] 내 영혼의 문장들 -9 / 첫 번째 화살은 맞더라도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라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7.10.21 11:15|조회 : 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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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화살을 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화살을 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화살이 날아온다. 나를 꿰뚫으려는 분노의 화살, 증오의 화살, 비난의 화살, 원망의 화살, 시기의 화살, 질투의 화살, 폭력의 화살…. 그 화살들이 내 앞에서 꽃으로 떨어진다. 이해의 꽃, 자비의 꽃, 사랑의 꽃, 용서의 꽃, 화해의 꽃, 감사의 꽃, 평화의 꽃….

깨달음의 문에 이른 붓다에게 유혹자 마라가 수천 개의 화살을 쏟아 붓는다. 마왕의 마지막 공격이다. 하지만 그 화살들은 붓다 앞에서 꽃으로 낙화한다. 꽃비로 내린다. 강렬하고 아름다운 이미지! 깊은 명상에 든 붓다의 마음 안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으리라.

틱낫한 스님은 "우리도 화살을 꽃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나를 겨냥해 날아오는 폭력적인 말과 행동을 받아들여 꽃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해와 자비의 힘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명심하자. 이해와 자비의 힘으로다.

스님에 따르면 자비는 언제나 이해에서 태어나고, 이해는 언제나 깊이 들여다보는 데서 태어난다. 그러니까 자비는 이해의 열매이고, 이해는 깊이 들여다보는 마음챙김의 열매다. 깊이 들여다볼 때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할 때 사랑할 수 있다. 나에게 날아오는 화살을 꽃으로 만드는 기적 또한 깊이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한다. 깨어 있는 마음으로 깊이 들여다볼 때 비로소 이해와 자비의 꽃이 피어난다.

그러나 쉽지 않다. 나는 미처 살필 틈도 없이 화살을 맞는다. 날아오는 화살을 무방비로 맞고 비틀거린다. 불타는 마음! 들끓는 마음! 나는 즉각 응징한다. 시위를 겨누고 두 배로 쏜다. 세상은 나에게 간단없이 화살을 쏜다. 내 마음의 하늘을 가르는 저 숱한 화살들! 나는 오늘도 화살을 맞는다. 화살을 쏜다. 고통스런 내 마음의 전투는 언제 멈추나?

붓다는 답한다. "첫 번째 화살은 맞더라도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라." 상대가 나에게 쏜 화살이 첫 번째 화살이다. 그 화살이 나를 아프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화살에 불같이 분노해 '근심하고 상심하며 슬퍼하고 가슴을 치고 울부짖고 광란하면' 나는 두 번째 화살까지 맞은 것이다. 이 두 번째 화살은 내가 쏜 것이다. 내가 나를 향해 쏜 것이다.

첫 번째 화살과 두 번째 화살 사이! 깊이 들여다보는 훈련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첫 번째 화살을 맞고 다락같이 덤비면 깊이 들여다 볼 새가 없다. 나는 순식간에 두 번째 화살까지 맞고 상대에게 세 번째 네 번째 화살을 날린다. 그러니 첫 번째 화살을 맞았을 때 즉각 대들지 말라. 마음이 아프고 쓰리더라도 멈춰라.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마음을 챙겨라.

"마음을 다쳤을 때 가능한 두 가지 사고방식이 있다. 하나는 우리를 더 화나게 하고 상대에 대한 보복심을 불러일으키는 사고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을 진정시키고 내면의 자비 및 이해와 접촉하여 평화로운 마음을 되찾는 사고방식이다. 후자를 선택할 때 상대방 역시 고통 받고 있음을 볼 수 있고, 그때 우리의 화는 사그라진다."

틱낫한 스님은 "우리를 괴롭히는 상대방이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건, 우리가 세상을 꿰뚫어 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안에 상대가 고통을 그만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는 참사랑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상대방을 이해와 사랑의 눈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그 사람으로 인해 고통 받지 않을 것이고 그에게 고통을 주지도 않을 것"이라 한다.

첫 번째 화살을 맞고 그 괴로움을 알되 그것에 매이지 않으면 두 번째 화살은 없다. 두 번째 화살이 없으면 세 번째, 네 번째 화살도 없다. 아니, 두 번째 화살이 없으면 첫 번째 화살도 없다. 첫 번째 화살은 꽃이 된다. 꽃이 되어 낙화한다. 화살을 맞은 고통이 꽃의 원료다. 그 고통을 가지고 화살도 만들고 꽃도 만든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화살인가, 꽃인가?

무수한 화살들이 내 앞에서 꽃이 되어 낙화하는 판타지! 오늘도 누군가 화살을 쏘면, 그 화살을 맞고 정신이 아찔하고 분노의 불길이 치솟으면, 깊이 들여다볼 틈도 힘도 없으면 얼른 이 판타지를 떠올리자. 저 화살들이 내 앞에서 꽃이 되어 낙화하는 판타지! 꽃비로 내리고 꽃눈으로 날리는 판타지! 나는 그럴 수 있다. 나는 그럴 수 있다. 이렇게 한 숨 돌리고 들여다보자. 밖으로 내달리는 눈과 귀와 입을 닫고 내 안의 분노를 깊이 들여다보자. 그 분노를 쓰다듬으면서 내 안에 이해의 꽃이 피고 자비의 향기가 배는지 확인해 보자. 기적의 연금술을 시험해보자.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10월 20일 (14:16)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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