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국감] 여당 "추명호는 무적" 구속영장 기각 맹공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 사진=뉴스1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것을 두고 여당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법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부 의원은 "추 전 국장은 청와대가 인정한 무적의 국정원장이었다"며 국정농단을 은폐한 정황이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등 국정감사에서 "오늘 아침 추 전 국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다"며 "왜 서초동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엮이기만 하면 작아지느냐"고 말했다.


조 의원은 "추 전 국장은 무적이었다. 신속하고 조용하게 국내정보 파트를 장악했다"며 "얼마 지나지 않아 추 전 국장이 국내를 담당하는 8국장으로 간 뒤 '피의 숙청'이 이뤄졌다. 분위기 파악 못하고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낌새를 보고한 요원들은 복장불량, 유언비어 유포 등으로 좌천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 전 수석과 최씨, 문고리 3인방(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을 지칭)에 관한 보고서를 쓰면 불이익을 당한다는 소문이 퍼져 모두 입을 다물었다"고 했다.

조 의원은 "대신 추 전 국장은 우 전 수석만을 위한 보고를 만들었다. 인트라넷과 인터넷이 제거된 '멍텅구리 PC'로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상급자를 우습게 보고 우 전 수석 또는 안 전 비서관에게만 보고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추 전 국장은 마음대로 감찰실 문건을 확보해 삭제했다. (국정원) 국내 파트 인사도 원장이 아닌 추 전 국장이 했다"며 "연말 인사 때 모양을 구긴 이 전 원장은 다음 인사부터 본인이 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3개월도 못하고 관뒀다. 추 전 국장은 청와대가 인정했던 국정원장이었다"라고 밝혔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추 전 국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참여정부와 DJ정부를 포함해 국정원에 대공전략실이라는 파트가 있었다. 국내 정치개입과 사찰의 원흉이 돼서 국익전략실로 쪼개졌다"며 "추 전 국장은 이 국익전략실에 투입돼 대한민국의 정보란 정보는 모두 수집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추 전 국장은 이명박, 박근혜정부에 걸쳐 국내 정보를 사찰하고 정치에 개입했을 장본인"이라며 "추 전 국장이 사찰한 것은 특정인의 불륜, 금품수수 등이다. 떠다니는 이야기를 주워모아 쓸 수 있는 보고서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에 대해 영장전담판사가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표했다.

박 의원은 또 "추 전 국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것은 우 전 수석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영장 전담이 이렇게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같은 당 백혜련 의원도 "추 전 국장은 국정농단의 핵심인물로 여태 구속됐던 다른 국정원 직원들보다 역할이 훨씬 중대하다"며 "더 작은 역할을 한 사람은 영장이 나가고, 더 큰 역할을 한 사람은 영장이 발부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수긍 못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이 같은 비판에 강형주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재판부에서 구속 사유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서 결론을 내렸을 것으로 안다"며 "개별 사건마다 개별적인 사안이 있기 때문에 영장재판의 결과만 갖고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대답했다. 다만 "지적한 대로 구속영장 발부의 모호성과 불명확성에 대한 비판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며 "개선을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추 전 국장은 현재 국정원 정치공작 사건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17일 조사 도중 추 전 국장을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범죄사실에서 피의자(추 전 국장)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등을 고려하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