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경찰, 文대통령 수사권 조정 의지에 "수십년 체증 쑥"

(서울=뉴스1) 전민 기자,김다혜 기자,이원준 기자,최동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72주년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17.10.2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 문제가 몇년 동안 끌려 왔는데, 대통령이 확답을 주니까 의미가 있죠."

제72주년 경찰의 날을 하루 앞둔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부터 '검경수사권' 조정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현재 검찰만이 행사하고 있는 일반적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고, 검찰은 기소권과 함께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보충적 수사권만 보유하는 내용이다.

문 대통령의 수사권 조정 의지 표명에 대해 일선 경찰관 대부분은 "환영하며 차질없이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A경감은 "수사권 조정을 공약한 문 대통령이 당선되고도 과연 가능할까 반신반의했다"며 "오늘 대통령이 확답을 해줬으니 의미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A경감은 "몇개월 동안 경찰 내부에서 자중지란이 있어 아직 국민여론이 크게 우호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며 "수사권 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 경찰이 스스로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B총경은 "대통령이 경찰의 날을 맞아 수사구조개혁 의지를 명확히 표명한 것은 굉장히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법무부와 검찰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 같아 의심을 가졌었는데,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에 대해 고무적으로 생각한다. 일정대로 잘 진행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반색했다.

C경정은 "(수사권 조정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라며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라는 원칙이 제대로 이행되는 쪽으로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이 경찰의 업무과중과 인력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도 있었다.

서울 일선서에서 근무하는 D경위는 "수사권이 독립되면 경찰업무가 엄청나게 늘어나지 않겠냐는 염려도 있다"며 "안그래도 일이 많은 형사, 수사파트에서 '다 감당하기에 인력이 부족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자치경찰제 도입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해서도 일선 경찰들은 대부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E총경은 "'치안과 안전'이라는 경찰의 존재 이유가 잘 살려지는 방향으로 자치경찰제가 도입되길 희망한다"며 "치안에도 주민 의견이 잘 반영돼 주민친화적 경찰이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B총경도 "현재까지는 책상 하나 사는 것도 빠른 집행이 어려웠는데 자치경찰제가 도입이 되면 치안 관련 예산 확보 등 업무에도 신속성이 붙으면서 효율성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경찰이 효율적으로 치안관리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치경찰제가 도입됐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자치경찰제 도입이 자칫하면 경찰의 근무환경을 열악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F경위는 "자치구마다 예산이 배정이 잘 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 지자체에서는 경찰의 근무조건도 열악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며 "자치경찰제가 어떠한 방식으로 도입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문 대통령은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된 경찰의 날 행사에서 치사를 통해 "권력기관 개혁과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도 속도를 내겠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하나의 대선공약이었던 '자치경찰제 도입'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역마다 다른 다양한 지역주민의 치안서비스 요구에 적극 부응해야 한다"며 12년째 시행 중인 제주자치경찰 사례를 거울삼아 자치경찰제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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