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주고 脫원전 받는다?' 탈원전 로드맵 주목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정혜윤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가 20일 오전 종루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지형 신고리원전 공론화위원장으로부터 조사결과를 전달받고 있다.

정부가 24일 발표하는 '탈(脫)원전 로드맵'에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에 따른 후속조치와 함께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6기 건설 백지화,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 등 중장기 정책 방향이 담길 예정이다.

관건은 추진 속도다.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결정에 대한 반대급부로 오히려 탈원전 등 에너지정책 전환을 ‘강행’할 가능성도 관측돼 관심이 주목된다.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의 핵심은 신규 원전 6기 건설 백지화와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 2가지로 요약된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부터 울진 신한울원전 3·4호기와 영덕 천지원전 1·2호기, 삼척 또는 영덕에 지어질 원전 2기(대진원전 1·2호기 또는 천지원전 3·4호기)를 포함해 6기 백지화 방침을 밝혔다.

지난 5월 신한울 원전 3·4호기는 시공 관련 설계용역을 일시 중단한 상황이다. 천지 1·2호기는 2015년 8월 건설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필요 부지의 약 10%를 매입한 상태로 중단됐다. 환경영향평가 용역 역시 지난 6월 중단됐다.

현재까지 신한울 3·4호기 종합설계용역비 등 2703억원, 천지 1·2호기 부지매입비 등 699억 총 3402억원이 투입된 상태다. 이미 투입된 비용과 지자체 등에 투입된 수백억원의 지원금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골칫거리다.

정부가 아직 신규 원전에 대한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을 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한수원에서 건설을 취소하는 형태로 절차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투자를 진행한 지역 업체들이 한수원 이사회를 배임죄로 고발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 가동 중인 원전은 총 24기인데 2022년 월성 1호기를 시작으로 △2023년 고리 2호기 △2024년 고리 3호기 △2025년 고리 4호기·한빛 1호기 △2026년 월성 2호기·한빛 2호기 △2027년 한울 1호기·월성 3호기 △2028년 한울 2호기 △2029년 월성 4호기 등 11기가 줄줄이 수명이 다한다.

이 중 1982년 11월 발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조기 폐쇄될 방침이다. 월성 1호기는 2015년 6월 2022년까지 10년 연장운전을 받아 발전을 재개한 상태다. 정부의 탈원전 방침으로 월성 1호기 폐쇄 시점은 2022년 이전으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가 20일 오전 종루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지형 신고리원전 공론화위원장으로부터 조사결과를 전달받고 있다.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와 원전 비중 축소라는 공론화위원회 권고안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최종 권고안에 원전 비중 축소를 담은 것은 공론화위원회 주어진 권한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론화위의 법적근거가 되는 총리실 훈령 690호는 공론화위의 정체성에 대해 ‘신고리 5·6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 여부에 관해 공론화를 통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론화위가 대(對)정부권고안 2호로 담은 앞으로의 원전 정책에 대한 정책권고가 근거가 없는 활동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공론화위의 월권적인 발표는 시민 참여단을 앞세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을 뒷받침하기 위한 명분을 제공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실제 정부 관계자는 “공론화위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조직”이었다며 “권고 2호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설혹 원전정책에 대한 공론 수렴을 공론화위의 확장적 기능으로 인정해도 ‘원전 축소=탈원전’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공론화위는 앞으로의 원전정책에 대해 시민참여단의 공론을 수렴하면서 △축소 △유지 △확대 3가지로 의견을 물었는데 ‘제로화’를 별도로 물었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더구나 원전을 유지(35.5%)하거나 확대(9.7%)해야 한다는 의견이 45.2%에 달하는 것도 변수다. 2만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원전을 유지(31.1%)하거나 확대(12.9%)해야 한다는 의견이 44%로 원전축소(39.2%)보다 의견 비율이 더 높았다.

정용헌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는 “원자력 비중을 줄인다고 해도 ‘어느만큼 줄일 것인가’ 등 구체적 방법론은 공론화가 이뤄지 않았다”며 “공론화위가 에너지 정책을 이념이 아닌 선택의 문제로 규정한 것처럼 에너지믹스에 대한 다른 이론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