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 업계 최강 정예부대 IB "가성비 갑"

하나금융투자는 자기자본 규모가 1조8800억원에 불과하지만 증권업계의 몽골기병처럼 '작지만 강한' IB(투자은행)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부족한 자기자본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 강력한 영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자랑한다.


하나금융투자 IB그룹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665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529억원)을 넘어섰다.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392억원) 대비로는 70% 증가한 수준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IB그룹 영업이익은 1000억원이 무난할 전망이다. 자기자본 규모를 고려할 때 '수익의 질'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다.

이 같은 IB 실적은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이 연초부터 강조한 '증권업계의 몽골기병' 전략과 맞물려 있다. 13세기 10만 명에 불과했던 몽골기병이 1억 명이 살고 있던 유라시아를 점령한 것처럼 자기자본의 열악함을 극복하면서 틈새를 파고도는 전략으로 높은 수익을 달성한 것이다.

강재성 하나금융투자 IB영업추진팀 상무는 "자기자본 활용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수수료 수익을 늘리는 데 집중한 전략이 먹힌 것"이라며 "파트너를 찾아 컨소시엄을 구성, 딜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며 돈을 버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 글로벌 네트워크 등에 업은 'ONE IB'=올 초 이 사장은 박승길 하나금융투자 IB그룹장 겸 KEB하나은행 IB사업단장(전무)을 은행에서 증권으로 데려왔다. 하나금융투자 영업력이 KEB하나은행 자본을 만나 'ONE IB'의 시너지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였다.


DNA부터 다른 은행과 증권의 협업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던 박 전무는 IB그룹 내 RM팀이라는 신설 부서를 만들었고 이 사장은 이를 전폭 지원했다. KEB하나은행에서 기업금융을 했던 베테랑들을 모아 은행 네트워크를 이용해 IB딜 소싱을 맡긴 것이다. 은행 기업금융 담당자였던 이들은 이제 하나금융투자 소속으로 'ONE IB'를 위해 일하고 그 시너지는 영업실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자기자본 규모로 하나금융투자는 업계 7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자본확충을 급격히 단행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조급함과 리스크를 고려할 때 보다 신중하고 접근하려는 입장이다. 이는 기업금융에 대한 오랜 노하우를 가진 은행 계열의 특징이기도 하다.

강 상무는 "우리는 은행이 갖지 못한 속도와 강력한 영업네트워크, 상품 구조화 능력을 바탕으로 은행의 자본을 활용할 것"이라며 "IB 경쟁이 격화되는 요즘 가성비 높은 IB로 차별화된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글로벌 네트워크로 날개 다는 해외투자=하나금융투자 IB그룹은 4개 본부로 구성됐다. 자본시장본부와 투자금융본부, 부동산금융본부와 글로벌사업본부다. 하나금융지주와 함께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 중인 부동산금융실은 올 들어 부동산금융본부로 승격됐고 글로벌사업본부가 신설됐다. 두 부서의 수익도 큰 폭으로 늘었다.

이미 글로벌 비즈니스에 강점을 가진 하나금융투자 IB는 해외 투자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해외SOC(사회간접자본) 투자에서 하나금융투자는 증권업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조직을 갖췄다. IB본부에서 일하는 실장급 실무진을 중심으로 오랜기간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 대규모 딜에 있어 브로커를 통하지 않고 직접 입찰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

올해만 해도 프랑스 파리 소재 로레알 본사 총액인수, 미국 네바다주 태양광 발전소 지분에 대한 시니어론 주선, 독일 베를린 알리안츠 본사 총액인수,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태양관 발전소 지분에 대한 시니어론 주선 등 다양한 해외 실물자산과 발전소를 기반으로 한 IB딜을 성공시켰다.

특히 글로벌 153개에 달하는 KEB하나은행의 해외법인은 하나금투 IB의 글로벌 비즈니스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KEB하나은행의 해외 지점에는 별도의 IB데스크가 있고 하나금융투자 IB그룹은 이들과의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다른 어느 초대형 IB도 갖지 못한 경쟁력이다.